단편소설 / 날아가거나 머무르거나 6
6. 날아가거나 머무르거나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선호는 한 번 더 여보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 순간, 안쪽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사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덩치가 큰 편이고 부리부리한 눈에 콧수염을 단정하게 기른 사내의 외모는 기이해 보였다.
- 유튜브 녹화 중이었는데 진행 중인 내용을 끝내느라 말이죠. 녹차 드시겠어요?
선호는 사내의 외모가 주는 묘한 분위기에 눌리는 기분이었다.
- 아닙니다. 약속이 있어서 새만 드리고 가보겠습니다.
- 왜요, 이것도 인연인데. 아 참, 새 좀 볼까요?
사내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호는 이동장을 열었다. 시몬은 나올 생각이 없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선호가 이동장에 손을 넣자 시몬은 화가 난 듯 달려들어 선호의 손가락을 세게 깨물었다. 선호는 악,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이동장에서 손을 뺐다.
- 꺼져! 나쁜 새끼!
- ……!
- 낙오자! 병신!
시몬은 불안정할 때 했던 것처럼 쉬지 않고 떠들었다.
- 언어 습득력이 뛰어나군요. 그런데 성격이 상당히 과격한가 보죠?
사내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 얘가 지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요.
선호는 당황해서 얼버무렸다.
- 애완동물은 주인을 닮는다고 하잖습니까.
지영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애완동물은 주인을 닮을 수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시몬은 지영을 닮은 걸까 선호를 닮은 걸까. 아무려나 선호는 지금 지영이거나 자신을 닮았을지 모를 시몬을 낯선 사내에게 넘기려는 중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