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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Feb 20. 2020

7개월간 <기생충>에 기생하기,
성공적

브런치 작가 7개월 총정리

브런치 7개월, 글 21편, 조회수 6만 회


<기생충> 열풍이 도대체 가실 줄 모른다. 아니, 이제 좀 불길이 잦아들고 숯처럼 빨갛게 열기만 남나 싶었는데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다시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 영화에 기대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기자, 영화평론가,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 학계... 그런데 사실 아무 상관없는 평범한 나도 이 영화에 기생해서 덕을 본 사람이다. 


왜냐하면 작년 6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생겼고,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제일 먼저 반지하를 주제로 한 연재 4편과 그에 더해 번외편으로 반지하 사람들과 관련한 에피소드 2편을 줄줄이 올렸고, 그 글들의 조회수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하루 몇십 회 이상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힘입어 다른 주제의 글들을 포함한 전체 조회수가 6만을 넘겼다.   

6만 회, 사실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피식 웃을 숫자겠지. 화제성 있는 글을 통찰력 있게 잘 썼거나 전문성이 확확 드러나는 글은 한 꼭지로도 그 정도 조회수는 올리지 않을까? 짐작일 뿐이지만. 브런치는 조회수가 본인 외에는 공개되지 않으니 잘은 모른다. 조회수로 글의 우위를 가리지 않는 이 시스템이 무척 마음에 든다. 안 그러면 여기도 자극적인 낚시성 글들이 판을 칠 것이 분명하다. 그저 유튜브 세상처럼 빈익빈 부익부가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아무 계획이나 야심 없이, 그저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던 나로서는 6만 회는 매우 뿌듯한 숫자다. 참고로 내 글을 꾸준히 읽겠다고 '구독'을 누른 사람은 47명에 불과하다.


나에게 '긴 글'을 쓰게 해 준 영화 <기생충>


세상에 반지하를 경험한 세입자는 많다. 돈 없는 청춘들의 반지하 체험기는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반지하 셋집을 운영하는 집주인 얘기는? 일단 내가 본 적은 없다. 그래서 그 반지하 공간을 관리하는 집주인의 시각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영화와 실제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증언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다 썼다. 나름 4편까지 얼개를 짜 놓고 연재 예고까지 하면서. 페친들의 반응은 물론 좋았다. 재미있어했고, 연재를 기다려줬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긴 글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페북은 잠시 쉴 때 잠깐씩 들어와 지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휘리릭 엿보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파악하는 용도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글밥이 많으면 아예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제일 큰 문제는 2~3일 사이에 타임라인 저 뒤로 밀려서 잊힌다는 점이었다. 


나중에야 브런치 같은 글 쓰는 플랫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블로그처럼 내 맘대로 페이지를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신청을 받아서 그동안 썼던 글 몇 편을 보여주고 심사를 통과해야 쓸 수 있단다. 마치 계획이 다 있었던 것처럼 되었네? 페이스북에 올린 반지하 시리즈 링크를 첨부해서 보냈다. 심사에 3~4일, 길게는 일주일쯤 걸린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참 뒤에 메일을 확인했다. 그런데 신청 바로 다음날 '브런치 작가가 되신 걸 환영합니다' 하며 수락 메일이 와 있었다. 빠르고 쉽게 되어서, 한동안 나는 이 과정이 요식적인 행위인 줄만 알았다. 그저 노골적인 광고홍보용 블로그 스타일의 글을 막거나, 맞춤법도 안 맞고 너무 품격 떨어지는 말을 쓰는 경우를 골라내기 위한.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나중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을 주제로 한 글을 여러 편, 몇 번이나 떨어지고 오기가 나서 다른 작가들이 입성에 성공한 이유를 연구한 끝에 자신도 들어오게 되었다는 수기(?) 등을 읽고서야 거저 되는 것이 아니었구나 알았다. 내가 쉽게 브런치 작가로 받아들여진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내 글의 주제가 독특해서 아닐까? 서울 전체 주거의 90% 이상이 아파트나 빌라인 현실에서 반지하 셋집을 품은 단독주택 집주인 아줌마 시점이라니, 참신하지 않은가. 영화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반지하 시리즈]

1화: 반지하를 아십니까 

2화: 반지하에도 급이 있다

3화: 반지하의 계단과 화장실

4화: 반지하? 슈펠리움!

[번외편]

낡은 단독주택 집주인 아줌마 투쟁기-1 : 히끼꼬모리와의 숨바꼭질

낡은 단독주택 집주인 아줌마 투쟁기-2 : 침입자의 멱살을 잡다


인기를 얻는 글은 어떤 글이었을까


도대체 어디에 노출이 되었기에

사실 나는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 글은 많이 읽히길 바라니 이런 얌체가 없다. 하여간 그래서 이 플랫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두 편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에 노출되었던지, 조회수가 팡팡 올라서, 몇 시간 단위로 "조회수가 x,000을 돌파했습니다!" 하는 알림이 오기도 했다. 브런치가 다음-카카오 계열이니 어느 콘텐츠판에 노출이 되었을까? 아님 누군가가 많은 회원을 보유한 대형 카페에 링크를 걸었을까? 알 수가 없다. 하여튼 며칠 새 조회수 1만 회를 넘길 땐 신이 났다. 


하지만  '上, 下편'과 같이 짝을 이루고 이야기의 비중도 같은데, 한 편이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너무 떨어질 때는 아쉽기도 했다. 그저 나 자신에게 주절거린 일기 같은 이야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은 반면 이건 정말 나만의 독특한 시각과 분석이 들어갔다, 자부하는 스토리는 조용히 묻히고 말이다. 


이런 것은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별생각 없이 가볍게 올린 것이 엄청난 조회수를 올리고, 정말 공들여 잘 만들었다 싶어서 기대했던 영상은 처참히 묻힌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공유가 그 공유가 아니여

나 같은 경우는 살짝 착시 효과도 있다. 글을 새로 발행하고 나면 꼭꼭 페이스북에 링크를 걸어 알리는데, 페친들이 그 링크를 통해 들어오면 '공유 수'가 올라간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공유'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보통은, '감명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거나 나중에 찬찬히 다시 보려고 자신의 SNS 든 어디든 퍼다 나르는 것'을 말하지 않는가? 


브런치 경우는 좀 다른 매커니즘인 모양이다. 어쨌든 나로서는 불만은 없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검색 중에 내 글에 다다라, 일단 페이지를 펼쳐놓고 읽을까 나갈까를 망설일 때, 공유수가 몇십~100회 넘게 돼 있으면(조회수는 표시 안 돼 있으니 모르고) 뭐지, 이거 읽을만한 건가,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예전에 페북에 연재했던 걸 브런치 시작하면서 한 번에 퍼다 넣은 반지하 시리즈는 인기가 꾸준한데도 공유수가 0이고, 조회수가 끽해야 몇 백회인 <추고 말거야 아이돌댄스> 시리즈는 공유수가 쭉쭉 올라간다. 어쨌든 0으로 되어있는 것보단 폼나지 않은가. 그러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의 SNS에 공유해둘 것!


분석해보니... 여전히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

그동안에는 읽어달라고 썼으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웬일인지 민망한 마음이 들어 내 글을 다시 꼼꼼히 읽거나 통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내 생각이 바뀌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맘먹고 나름 분석을 해보았다. 21편이라 많지도 않다. 통계 페이지를 잘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쓸만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다. 브런치에서조차 말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으로 쓴 <너무 잘하려 하면 망친다>는 수험생 엄마들의 검색어 '수능 도시락'에 빵빵 노출되면서 수능 전후 두 달 동안 3만 8천 회를 넘겼다. 내 전체 글 조회수의 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사실 나 때도 많이 찾아봤었고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열정은 대단하니까 '읽히는 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예상을 엄청 상회하는 숫자였다.


두 번째로 많이 읽힌 <낡은 단독주택 집주인 아줌마 투쟁기-1 : 은둔형 외톨이와의 숨바꼭질>(약 1만 1천 회)도, 어딘지는 모르지만 노출되었는지 순식간에 조회수가 솟구친 경우다. 그렇지 못한 2편의 조회수가 1편의 1/10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 노출 효과가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1편이 더 많이 읽히는 것은, 여러 키워드에 걸리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글에 등장하는 곰팡이 때문이다. 자신의 주거공간 벽에 생긴 곰팡이에 대한 고민 때문에 검색 중에 내 글도 얻어걸리는 것 같다. 은둔형 외톨이(히키꼬모리)라는 키워드도 그렇고. 


어쨌든 1편은 '내 집에, 내가 모르는 공간과 사람이 있다'는 공포물이고 2편 <침입자의 멱살을 잡다>는 아줌마 액션활극인데, 스릴러가 액션활극을 이긴 셈이다.


반지하 시리즈는 고르게 1천 회를 상회하고 있는데, 물론 1차로 영화 덕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달 키워드가 반지하에 대한 실용적 정보를 검색하다 들어온 것이었다. 즉, 이사 고민 중에 반지하가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인가 궁금하거나, 결로 등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하다가 들어오는 것 같다. 


조회수 적지만 떠드는 것만으로 행복한 춤 이야기

매거진 <추고 말거야 아이돌댄스> 시리즈도 나 아니면 거의 쓸 수 없는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스토리다. 40대 아줌마가 10대~20대를 위한 스트릿댄스 학원에 등록해서 아이돌 가수들이 추는 춤을 배우는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10편을 넘게 연재하면서 사람들은 춤을 글로 배우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깨달음에 닿았다. 춤에 관심을 갖고 검색할 젊은 층들이 40대 노땅이 힘겹게 적응을 하건 말건 알 바 아닐 것이다. 아예 검색도 유튜브에 가서 하겠지? 


그런데 딱 한 편, 다른 글의 10배가 넘는 조회수를 올린 글이 하나 있는데 그게 <제12화 : 방송댄스는 운동인가 아닌가?>이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운동'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 만하다. 


이제는 또 어떤 글을 쓸까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의 최종 목표가 번듯한 단행본을 낸 진짜 작가가 되는 것이라는데, 나는 그런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다. 아직 단행본으로 낼만한 멋진 주제도 전문성도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쓸 수 있고, 발행해 놓으면 주제에 실제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야금야금 들어와 읽어주는 이런 플랫폼에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즐겁다. 쓰다 보면 관찰력이나 통찰력 같은 것이 쪼끔 더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추고 말거야 아이돌댄스> 연재도 이제 끝내려 하는데 앞으론 또 뭘 쓰게 될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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