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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 Jun 08. 2019

에세이와 시2

"삶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밤이 깊어만 간다... 

    

마침 TV에서는 해리슨 포드와 켈리 맥길리스 주연의 “위트니스”가 방영 중이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이며, 청교도적인 사회에서 형사 해리슨과 목격자 켈리의 스릴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사랑이 펼쳐진다. “위트니스” 하면 공전의 히트를 쳤던, ‘원더풀 월드’의 노래가 추억으로 떠오른다.


영화 위트니스(1986년).


"Wonderful World"

Don't know much about history,

Don't know much biology.

Don't know much about a science book,

Don't know much about the french I took.

But I do know that I love you,

And I know that if you love me, too,

What a wonderful world this would be.

.....

I don't claim to be an 'A' student,

But I'm tryin' to be.

For maybe by being an 'A'-student, baby,

I can win your love for me.


영화 '위트니스'에서 해리스 포드의 상대역인 켈리 맥길리스. 


잠시 감상하면서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유년 시절의 추억 속에 잠겼다가, 친구의 시집을 다시 펼쳤다. 정말 오늘 밤은 퐁당퐁당 딱딱한 돌이 포근한 밤을 건너는 밤 같다. 물론 시집의 대표 제목을 정해 준 사람도 나다.


당시 시집을 작업하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프롤로그를 받아 보라 주문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예상 밖으로 친구는 흔쾌히 동의했다. 5명의 추천사를 받았다. 방랑 시인인 터라 프롤로그를 받은 사람 중에 쟁쟁한 사람은 없다. 나와 같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뿐. 안타까웠다!


프롤로그 원고를 받아 작업에 착수했다. 반가움이 앞서 프롤로그 타이틀을 ‘반기는 글’로 바꿨다. 친구를 격분시킨, 내가 만든 가제본 시집에만 수록된, 5명의 추천사를 차례차례 소개해 본다. 사실 프롤로그까지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읽다 보니 지인들의 진솔한 글에서 아름다운 영혼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영혼들을 위해 에세이에 시의 프롤로그를 소개한다.


반기는 글 #1     

"삶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사찰 단층 아래에서 풍속을 알려주는 풍경.


만남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저자)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처럼 잠시 머물 듯 찾아왔었다. 그의 삶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았고, 서로에게 그게 편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어느 날 글을 한 편 가져왔다. 마치 어린 학생처럼 수줍어 하면서 한번 읽어 봐 주라고 했다. 처음 그가 나타났을 때처럼 그의 글도 그냥 편히 곁에 한참을 놔두었다. 어느 날 손길이 닿아 읽어 보았다.


순간 가슴이 탁 막혔다. 고뇌였다. 분노의 아픔을 승화시킨 진솔한 자화상 앞에 숨이 멎었다. 마치 출가사문의 전유물마냥 장식처럼 걸고 다닌 고뇌들이 그의 글에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묻어나 온통 원고를 잡은 손이 파랗게 물들어 버렸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을 만난 마냥 다시 그에게 눈길이 닿았다. 가벼운 듯 그저 통속한 일상에 묻힌 듯 살아가더니 다시 날 찾았다. 한 뭉치 시를 전했다. 읽어 보겠노라고 하니, 출판하고 싶다고 했다.

 

그도 고백했다. 수년 전에 내가 출간한 시집《시간의 선물》을 오래 방치했다가 읽어 보고 느낌이 새로웠다고 했다. 그래서 앞 글 몇 자를 부탁하노라고 했다.


시를 앞에 두고 다시 그를 만났다. 함께 삶을 고민하는, 이 사회의 모순을 아파할 줄 아는, 그래서 분노할 줄 아는 따스한 사람으로 만났다.


혹한의 겨울에서도 잉태되는 초록의 생명들.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삶을 언제나 푸르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좋다. 마치 차가운 눈밭에서 찾은 풀잎처럼 온통 아픔 가득한 가운데에서도 유독 함몰되지 않는 그가 좋다.


그의 고뇌하는 시에 숨은 또 다른 이야기가 자꾸 새록새록 새롭다. 이번 출간의 산고를 마치고, 이제 그만 아파했으면 좋겠다. 이게 진정 위로되지 못할 것을 알지만 자꾸 그가, 그의 삶이 애잔하게만 느껴진다.


이제 세상에 드러낸 진실의 물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시원히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가 좋다.     

_ 2016년 봄, 약천사 주지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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