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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 Jun 08. 2019

에세이와 시1

에세이 프롤로그

어느 토요일 아침 7시


아침을 먹기 위해 먼 지방의 친구가 건강에 좋다며 보내 준 안동 특산의 참마를 깎고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준비했다. 그리고 준비한 1년 숙성된 운남홍차.


친구가 보내 온 안동 특산의 참마. 식이 섬유가 풍부해 소화기관에 건강 효능이 높다.
1년 숙성된 운남홍차.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평소 먹지도 않던 아침을 건강식으로 먹기 시작한 지도 벌써 1주일째. 인터넷으로 구매한 모링가 잎도 먹기 시작했다.


고혈압에 좋다는 모링가잎.  요즘 홈쇼핑에서 열풍이다. 인도의 신비초 모링가.


뭔가 읽을거리가 필요했는데, 이번에 안동 참마를 사 준 친구가 예전에 낸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친구가 이 시집을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사연이 떠올랐다. '미등단' 시인이지만 시를 쓴 필력이 벌써 15년째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난 지도 벌써 10년째구나. 세월이 참 쏜 살만 같다.


친구가 시집을 낸 것은 나 때문이다. 시를 써 놓고도 등단이나 책을 내지 않는다는 기묘한 고집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등단이나 출간할 것을 온갖 감언이설로 부채질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10년 쌓은 공든 탑도 무너질 때는 한 순간. 본의 아니게 그 탑을 무너뜨린 장본인은 바로 나다.


한 번은 지나가는 얘기로 말했다. 등단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내는 것도 아니니, 그동안 써 놓았던 시 원고를 달라고 했다. 당시 무척 심심했던 터라 소일거리로 시집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의였다. 재미 삼아 하는 것이야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친구가 허락했다.


원고를 받고 여러 편의 시들을 묶는 작업에 들어갔다. 개인적 사정으로 시간이 부족해 급하게 가제본을 만들어 줬다. 그러다 보니 좀 엉성하긴 했다. 며칠 지나자, 전화가 걸려 왔다. 당연히 고맙다는 인사겠지, 라는 생각에 얼른 받았다. 그런데 저쪽에서 들려오는 통화음이 무척 거칠었다. '자기 시를 망쳐 놨다'는 것이다. 얼마나 실망이 컸던지, 정식으로 자비 출판사를 통해 다시 내겠다는 것.


10년 부채질에도 넘어 가지 않던 고집이 내가 만들어 준 엉성한 자기 시집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이리하여 세상에 등장한 것이 그의 시집 《퐁당퐁당 딱딱한 돌이 포근한 밤을 건너는 밤》이다.


친구를 격분시킨, 그의 시집 표지.


근데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에 화가 났는지, 아니면 '세상이 왜 자길 안 알아주는지에 대한 섭섭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인 자신이 시집을 돈을 주고 되사서 지인들에게 공짜로 뿌리고 난리다. 존심이 다쳤는지 10년 고집이 무색해질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때 머리를 스쳐가는 게 있었다.


'외부 공격에 10년 철옹성이라도 내부 붕괴로는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저자인 친구에게 물었다. 내 에세이에 너의 시를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으냐고. 그런데 한 술 더 떠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소개해 달라고 한다. 나의 에세이에 그의 시를 실어 달라고 요구해 준 데 대해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한다.


_ 어느 봄날, 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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