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모음 Oct 04. 2024

내 베개를 좋아하는 사랑꾼 고양이

자다 일어나면, 첫째 고양이 사또의 뽈록한 회색 코가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가운데 내 얼굴 앞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는 고양이의 콧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이처럼 늘 한 베개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얼굴을 맞대며 자고 있는 모양새로 있다. 내 코를 사또 코에 맞대고 슬며시 부벼본다. 잠에서 깬 사또는 누운 상태로 앞발을 쭉 내밀어 기지개를 켰다가, 더욱더 내 얼굴에 찰싹 달라붙으려고 한다. 


어린 고양이였던 시절부터, 사또는 집사와 같은 베개를 베려고 했다. 아마도 그것이 사또의 가장 큰 애정 표현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말이 통하진 않아도 그 마음이 온전히 느껴진다. 자기가 가진 마음을 진정으로 상대가 느끼게 하다니, 너무도 완벽한 사랑꾼 고양이가 아닐 수 없다. 


불면이 심해지는 날이면 그런 사또에게 고맙고 또 고마워진다. 복잡한 생각과 고민들로 마음이 불편해져 뒤척이다가도 눈앞에 이렇게 내게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나를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얼굴을 부비고, 사또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다가 스르륵 잠이 든 적이 셀 수도 없이 많다. 말 그대로 집사의 평온을 지키는 수호천사 고양이다. 




매일 저녁, 퇴근 후 자볼까나 하고 침대에 누우려고 하면 사또가 쪼로로 달려온다. 내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베개에 자리를 잡고 누워버린다. 저리 가라며 툭툭 치며 장난을 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건 내 베개라며, 고양이가 뭔 베개에서 자려고 하냐고 뭐라 해도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한다. 몰래 눈을 뜨려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못 들은 척, 자는 척하는 게 분명하다.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마음 가득 차오른다. 


한 베개에 누워 가만히 사또를 쳐다보면, 사또는 앞발로 내 얼굴을 살며시 만진다.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위로받는 기분이다. 꾸미지 않고 자신의 모든 애정을 표현하는 이 작은 생명체가 내 마음을 늘 벅차오르게 만든다. 나도 언젠가는 사또처럼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내 애정을 남김없이 모두 표현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와 한 베개를 같이 베고 잔다는 건, 사랑받는 건가 보다. 나는 정말 넘치는 사랑받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