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미 Sep 27. 2021

우리에겐 불안을 가라앉힐 능력이 있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불안할 때엔 묵직한  같은 것이 뱃속을 누르는 느낌이 든다. 다리는 세차게 동동거리고, 두 눈은 이 기분을 잊을 것들을 어지럽게 찾고, 숨은 얕아진다. 머리는 앞으로 쏠린 듯이 아프고, 뒷골이 땡기는 느낌이 든다. 불안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해결방법조차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다.


불안한 감정이 들 때마다 좋은 글귀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잘 와닿지가 않았다. 괜찮다는 데 뭐가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이대로 살면 진짜 딱 망할 것 같은데, 그런데도 어떻게 변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는데. 막막하고 눈앞이 검은색으로 딱 가려진 것 같은데.


안돼, 도망쳐야해! 과하게 열이 오른 몸은 도망칠 준비를 하며 뻣뻣하게 긴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빠지고, 그도 지나면 축 늘어진 풍선처럼 무기력해진다.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면서, 번아웃이 찾아온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망쳐왔다. 자책감은 더욱 몸을 불리고 침대 속의 나를 짓눌렀다.



불안은 몸의 사이렌이다


불안은 몸의 생존을 위한 경보 시스템이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이렌을 울리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감정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린 판단의 문제이다.


우리 뇌에는 편도체라는 부분이 있다. 몸의 화재경보기와 같은 곳인데, 이성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전두엽보다 더 빨리 움직인다. 현재 상황으로부터 유입된 정보가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위험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강력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촉진되고, 그 결과 심장 박동수, 혈압, 호흡 수가 증가한다. 즉 심장이 빠르게 뛰며, 머리에 열이 오르고, 숨이 얕고 빨라지는 것이다. 신체가 맞서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상황에서 당신의 몸은 산 속에서 곰을 마주친 것처럼 이미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불안을 가라앉힐 능력이 있다


우리 뇌에는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있다.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그것이 진짜 그럴만한 상황인지 아닌지 편도체는 구분하지 못한다. 편도체는 이미 날뛰고 있지만, 전두엽에서 정보를 판단한 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 편도체는 스트레스 반응을 중단한다. 즉, 지금 정말로 위협적인 상황인지 판단할 수 있다면 불안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힐 수 있다는 뜻이다.


불안할 때는 정말 괴롭다. '괴롭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래서 나는 왜이렇게 쓸데없이 불안해하는가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의 불안은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내가  되었으면 좋겠으니까. 떵떵거리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될  같으니까  상황을 위협이라고 감지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왜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불안해하나' 자책할 것이 아니라 잘 달래서 가라앉혀주면 된다. 그러지 않고 외면하면 사이렌은 이 상황이 해결되었다고 판단될때까지 온몸으로 울려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혹사당하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이다.


그러나 불안할 때는 판단이고 자시고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판단력을 찾을 수 있을까?


1. 불안할 때 내 몸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먼저 뭔가 행동을 하기보다는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게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로 지금 내 몸이 있는 상황을 바꿔주어야 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찾아가거나, 안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향초를 피우고, 샤워를 한다. 깨끗한 느낌과 몸에서 나는 좋은 향기는 생각보다 기분전환이 된다. 아마 이것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하나씩 시도해보며 찾아가면 된다. 일종의 '셀프 응급 키트' 만드는 것인데, 어떤 것을 하면 기분이 좋은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이는 곳에 붙여둔다. 불안에 떨고있을 때 하나씩 시도해본다.


앞서 불안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묘사한 바 있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불안할 때엔 묵직한 짐 같은 것이 뱃속을 누르는 느낌이 든다. 다리는 세차게 동동거리고, 두 눈은 이 기분을 잊을 것들을 어지럽게 찾고, 숨은 얕아진다. 머리는 앞으로 쏠린 듯이 아프고, 뒷골이 땡기는 느낌이 든다.

이대로 살면 진짜 딱 망할 것 같은데, 그런데도 어떻게 변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는데. 막막하고 눈앞이 검은색으로 딱 가려진 것 같은데. 안돼, 도망쳐야해! 과하게 열이 오른 몸은 도망칠 준비를 하며 뻣뻣하게 긴장한다.


나의 경우엔 다리를 심하게 떠는 , 핸드폰에   없는데 계속해서 뒤적거리는 행동, 이마에 열이 나고 뒷목이 뻐근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이럴  나는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깨닫는다. 한번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번 관찰해보면   있다. 그러면 먼저 불안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한발짝 떨어져서 다룰  있는 첫번째 단계가 완료된다.


2. 불안의 원인을 찾아보기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내뿜고 있지만, 전두엽이 '지금 그렇게 위협적인 상황 아니야~'하고 말해주면 자연스레 가라앉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보는 것이 두번째 단계이다. 내가 시도했던 방법은 두가지다.


아무 메모장이나 켜서 번호를 붙여 써본다.


불안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복잡하게 서로가 얽혀있고,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나는대로 번호를 붙여서 써보는 방법이 있다. 쓰다보면 번호가 10번까지 붙기도 한다. 이 방법은 밤에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을 때에도 유용한데, <생각상자>라는 제목으로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을 쭉쭉 써본다.


그렇게 쓰다보면 ", 이렇게 생각이 많으니 불안할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글자로 써놓고 보면,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어 보였던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내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것 역시 한번에 되지는 않고,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을 써볼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또 써봤던 방법은 브레인스토밍이다. 원래 스케치북에 그리기도 했는데, 다양한 생각을 펼쳐나가듯이 써볼 수 있어서 좋았다. 노트북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어서 찾아봤는데 <씽크와이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무료로 마인드맵을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쭉쭉 정리해서 불안한 생각 그대로를 써본다.


3. 불안을 해결할 방법 찾아보기


세번째 단계는 내가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원인이 여러모로 뒤얽혀있다면 해결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원인을 펼쳐서 따로따로 분리해놓으면 대안도 각각 찾으면 되어 훨씬 쉽다.


번호별로, 또는 마인드맵의 항목별로 할 수 있는 것을 써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쓰는 것이다. 불안의 원인들은 생각보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것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불안의 많은 것들은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생긴다. 남들은 잘 해결하는 일들이 나에겐 어렵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이 아니다. 대안을 하나하나 찾아가다보면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또 특별히 좋은 방법이랄 것도 없다. 나한테 시도해보고 싶은 대안이면 그게 좋은 방법이다. 그 방법이 괜찮은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일단 써본다. 써봐야 그것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1. 불안의 원인
- 드는 생각 이것저것
- 이생각 저생각
=> 내가 지금 해볼 수 있는 해결방법 (검색하기, 친구/가족에게 요청하기, 구매하기, 계획짜기 등)

2. 불안의 다른 원인
- 생각들
=> 지금 해볼 수 있는 대안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때는  문제를  해결할  있을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검색이 되었든, 지인이 되었든, 유튜버가 되었든 질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주체적인 해결 방법이 된다.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는 분명하게 그렇다.


마지막, 대안 실행하기


그렇게 쭉 써보면 일단 마음에 안정이 생긴다. 불안할 때 편도체는 싸우거나 도주할 준비를 한다고 했다. 나를 불안케 하는 원인의 해결방법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싸우거나 도망갈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 당장 해결해볼  있기 때문이다.


또 막상 대안을 써보면 지금이 생각보다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장 벗어나야 하는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라, '그래도 뭔가 시도해볼 수 있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뭐가 되었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불안을 내것으로 장악하고 통제하는 데에 중요한 주체적 감각이다.


인간은 주체적인 존재이다. 자기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반대로 우리가 불안할 때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을 때이다. 즉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데,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을 때 불안해진다. 그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1%는 있다"고 인지하는 것이다. 그 1%의 가능성을 당장 실행하게 되면, 실제 변화로 바뀌어 방금 전과는 '다른' 상황이 된다.


불안은 현실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필연적인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현실의 상황과 거기에 대처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작더라도 하나하나 대처하고 해결해나간다는 것은, 1초 전의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내가 노력한 행위로 변화를 만들어내 새로운 상황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힘은 내게 이미 있다. 주체적인 1초들이 쌓이면, 압도적인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그것을 달랠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0화 부러움이 재능이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