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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7. 2020

광장으로 모여들고 흩어지다

중심을 탐험하다-2

모든 중심에는 지향점이 있어

이곳으로 모여들고 흩어진다.

중심을 이루는 장소들은 계획된 광장의 모습으로 때로는 계획되지 않은 비어있는 모습으로 도시의 곳곳에서 주변과 가장자리의 기준이 된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모여들고, 흩어지고, 이어지고, 전환된다.

하나의 변환장치로서의 길은 여기에서 중요한 미션을 받는다. 중심과 주변의 밸런스를 맞추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중차대한 미션.



#3. 블록의 중심으로 모여들다

이곳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구도심. 잠시 길을 잃는 중이다.

규칙 없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진 길들이 큰 도로와 만나기도 전에 블록의 중간에 멈춰 선다. 네 개의 길이 만나는 곳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광장과 마주친다. 구체적인 목적과 용도가 없는 비정형의 광장이 사람들에게 한 순간 여유와 편안함을 준다. 갑자기 길을 잃은 사람들은 이곳에 도착해 지도를 확인하고 안심하고는 이내 이 장소를 즐긴다. 경험한다.


계단, 잔디, 나무 밑, 턱,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 물을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고, 더위를 식히고, 음악을 듣는다. 동네 주민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버스킹을 시작하며 적막한 공기를 깨트리고, 누군가는 빨래를 널고, 누군가는 출퇴근을 한다.


단지 비어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를 채울 수 있고, 편안하기 때문에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마치 광장이 처음 생기기 시작했을 때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광장은 길의 여정 속에 하나의 쉼표가 되어 지나가는 이들의 숨을 고르게 한다.

사계절을 지나며 해를 거듭하면서 정해져 있지 않은 정체성만큼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겠지만, 장소는 그 모든 행위와 변화를 품을 만큼 흔들림이 없다.

Largo Da Cantina Escolar, Lisboa, Portugal _ BGM # Seasons | Aso



#4. 전이의 광장을 거쳐가다

이곳은 스페인 톨레도다. 중세의 중심광장이었던 시청광장(Plaza del Ayuntamiento)에서 도시의 모든 방향으로 길이 뻗어나간다. 대부분 광장으로부터 길을 통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방식이 전형적인데, 광장 한쪽 귀퉁이와 연결된 통로가 작은 스퀘어를 한번 거치고 그 너머의 길로 이어진다.

모퉁이에서 시작된 경사로를 따라 걷다가 경사로는 어느새 완만한 계단으로 바뀌고 마침내 작은 스퀘어를 만나게 된다.

특별히 이곳을 목적지로 가려하지 않아도 집으로 가는 길, 일하러 가는 길에 스쳐 지나는 여정에 있는 스퀘어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잠시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채워진 이곳의 분위기에 이끌리게 된다.

한 번에 광장에서 길로 변하지 않고 중간에 전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잠시 한 눈을 팔게 되는 산책의 짧은 여정 속에 있는 전이의 광장이고, 장소의 밀도가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광장이다.


'잠시'의 전이가 가능한 스퀘어가
우리의 산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Plaza Consistorio, Toledo, Spain _ BGM # Good Friends | Ya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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