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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8. 2020

광장의 가치가 달라지다

중심을 탐험하다-3



#5. 우리가 원하는 광장이란?

Base Porto, Praca De Lisboa, Porto, Portugal _ BGM # I’ll Find The Way | Pat Metheny

우리는 지금 포르투 대학과 클레리고스 성당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삼각형 블록에 있다.

블록의 삼각형 모서리를 제외하고 모두 들어 올려지거나 접히고 꺾이며 인공적인 언덕을 이루고 있다. 언덕의 아래는 상가와 길과 주차장으로, 위는 공원으로 전형적인 광장의 개념에서 벗어난 어반 플라자(Urban Plaza)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잔디로 뒤덮인 언덕에서 빈백에 앉아 책을 읽고 

선베드에 누워 낮잠을 잔다.

방석을 깔고 앉아 낮술을 마시고

파라솔 아래에서 피크닉의 분위기를 즐긴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며 해가 지고, 전구의 불이 하나둘씩 켜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어둠은 금세  장소의 분위기를 "밤의 피크닉"으로 바꾼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광장은  이상 상징적인 것이 아닌 일상에서 즐길  있는 장소라는 것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돌과 블록으로 덮인 광장 바닥이 잔디로 바뀌며 문득 되살아나는 잔디의 날것의 냄새와 촉감이 어린 시절의 어느 특별한 잔디 위에서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곳에서 그곳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어떤 장소에서 그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의 분위기가 떠오를 때, 우리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이대로 머릿속 지도가 희미해져도 상관없겠다 싶을 정도로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으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




#6. 광장의 스케일

Plaza Colegio Infantes, Toledo, Spain _ BGM # The Wings | Gustavo Santaolalla

이곳은 톨레도의 어느 주택가 사이에 있는 작은 장방형 광장이다.

집 안에서 문만 열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일상 속 광장의 풍요로움은 이런 곳을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집에서의 활동범위가 광장으로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좀 더 다양하게 각자의 기준으로 행동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누구나의 것이기도 한 장소에서 집과 큰 광장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이곳에서 한다. 장소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광장의 스케일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낮은 벽과 벤치로 둘러싸여  개의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광장은 오랫동안 장소를 지키고 있는 나무와 함께 비스듬한 동네의 지형에 스며들어 있다. 주택가 중심에 위치한, 일상에 밀접한, 편안한 레지던셜 스퀘어(Residential square). 이곳이야말로 장소의 스케일에 맞는 광장의 풍경이라고 말할  있다. 해가 늦게 지는 계절에는 슬리퍼를 끌고 나와 아직 끝나지 않은 주말의 밤을   만끽해도 좋은 그런 여지가 이곳에 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박혀있는 이미지로 인해 쉽게 광장 그 이상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고정된 이미지에서 빠져나와 규정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지금의 광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한 순간의, 한 번의 임팩트 있는 랜드마크적인 디자인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려 하는 것은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이벤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규정한 것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도시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쳐 새로운 장소들을 하나하나 얻어나가면서 그 고정관념과 규정한 것들이 해체되어 가는 것이다.

도시는 늘 결과가 아닌 변화의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쉽게 변하지 않음에 지치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늘 주시하며 기다리는 지혜가 도시를 대하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도시 일상의 풍경이 이전과는 다른, 자유와 풍요로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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