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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Localinsa Nov 08. 2020

둘도 없는 강점을 바탕으로 세상에 필요한 내 자리 찾기

사회는 우리를 필요로 한다. 정신질환자에서 아픔의 전문가로

톡톡 튀는 개성과 기획, 추진력으로 빛나던 20대, 남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한 달에 몇 백 벌씩 옷을 만지는 쇼핑몰 창업을 하고, 홍대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직접 무대를 뛰며, 공간을 대관해서 나처럼 오타쿠 문화와 일본 하라주쿠 패션에 심취하는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 행사를 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법,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둘도 없는 나만의 고유한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는 데에,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마케팅이나 정보 수집력, 기발한 기획 역량 등 고유한 강점을 발휘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몇 년 간 괴로웠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의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결국 자기 스스로에게 씌운 ‘인간 실격자’ 낙인 때문이었습니다. 중고등 시절에는 제도권 교육에 모범생 이미지로 순응하며 공부하고, 일본 만화나 게임 코스프레 등 하위문화를 즐기면서도 가족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고, 크리에이터이자 사업가로 활동하며 SNS에서 수 차례 사이버불링(온라인 폭력)을 겪었습니다. 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늘 바쁘게 살며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을 뿐, 저의 내면은 수많은 낙인과 상처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주류와 달라서 마음의 고통을 겪어 왔던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명제를 바치고 싶습니다.


이 사회에 다수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성공의 표준 모델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도 성장기에는 삶의 궤적이 비슷비슷하게 정해져 있었고, 이를 좇으면 삶이 무난하게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토익 900점이 넘고 학점은 3.5점 대만 되어도 대기업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이 된 지금은 ‘면접 보고 떨어져 보는 게 소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청년들이 선망하는 안정적 일자리 자체가 현저히 적어졌습니다. 통계청에 2020년 3월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5~29세 취업자 수는 초 23만 명 감소했다고 하며, 같은 해 말 해운대구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은 200:1을 상회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줄 것이란 장밋빛 미래도 한 때 있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공유경제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몰락과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으로 이 또한 불투명합니다.


Photography by 불뽀 / (c) 서은


이 때문에 돈 많이 벌고 많이 쓰면 행복한 삶과 대비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 대안적 삶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돈 한 푼 벌지 않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고, 협동조합이나 로비 집단을 만들어 소외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서울의 편안한 부모님 집을 두고 지방에 내려와 뜻이 맞는 또래들과 로컬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좋은 학벌을 갖추고 번듯한 기업에 취직해서 상위 레벨의 배우자를 만나고 서울에 집을 구해야 성공한 사람처럼 떠받들어주는 가정이나 사회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것입니다.


우리에게 행운인 것은, 코로나 시대,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 어느 때보다 명확해지며 ‘대안적 삶’에 대한 기성세대와 사회의 인식 또한 변화를 겪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이나 해외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며 전업 웹소설 작가나 유튜버, 청년 창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결혼이나 독립 시기와 여부에 대해서도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직업과 사랑, 삶의 모듈이 사라지는 겁니다. 우리의 고유한 방식대로 지속가능하게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서 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해 왔다면, 처음에는 소규모의 목표 달성 그룹에 들어가 개인이나 공동의 미션을 단기간에서 중기간 세우고 실천해 보세요. 그러면서 차츰, 나의 방식대로 행복할 수 있는 삶과 일의 방식을 고민하고 아주 작은 것이어도 좋으니 미래를 꿈꾸어 보세요. 천천히 꾸준히 나의 길을 가면서 지속가능한 일과 삶의 루틴을 실천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구력을 기르면, 그 모습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Photography by 불뽀 / (c) 서은


저처럼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으로 힘들었다면 더더욱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장기 불황과 사회적 연대와 신뢰 자본이 녹슨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하고 맞서 싸우며 회복을 했던 경험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노하우를 나눠줄 수 있는 아주 귀한 자산입니다! 앞서 말했듯, 직장인 외에 대안적 직업이 무궁무진하게 가능하고,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우울증 당사자의 회복 일기로 인스타그램 작가, 유튜브 강사가 되거나, 정신건강 단체를 창업하고 전문 또래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당신은 이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할 수 있습니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질을 당하던 예전 세상과 법칙에서 우리는 ‘아싸’였습니다. 모두가 무난한 직장을 다니며 안정된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다양한 세상의 변수들에 대한 답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사람이 이제는 인플루언서이자, 우리 사회의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와 함께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당당하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랑하고, 이 과정을 통해 가까운 주변부터 인식을 바꿔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병자가 아니라, 아픔의 전문가로서요.



 



서은 작가의 브런치북 "나의 다름은 우울의 이유가 아니다"는 자가출판플랫폼 부크크(클릭시 이동합니다)에서 종이책으로도 구입 가능합니다. 가까운 주변인과 사회의 구조적 편견 및 차별이 누군가의 우울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쓴 책입니다. 종이책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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