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까
초보 아빠 때 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건강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자녀 건강의 최대 화두지만 1~2년 전만 해도 미세먼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개념이 없을 때는 '그래도 어릴 때는 밖에서 뛰어놀아야지' 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지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아이가 밖에서 노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졌다. 마스크를 쓰고 야외 활동하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니, 집에서 놀거나 키즈 카페 같은 실내 놀이터 가는 것을 선호했다. 미세먼지 앱을 보면서 바깥에 나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그 시절에 우리 아이도 자주 아프기 시작했다.
어느 날 월별로 나간 비용을 정산하다 병원비 항목을 보며 놀랐다. 아이들이 몇 개월간 평균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갔던 것이다. 두 아이가 번갈아서 가는 통에 미처 몰랐다. 콧물, 기침에 열까지 나니 몇 주간 약을 받아먹고는, 좀 괜찮아졌나 싶다가 금세 아파 또 병원 문을 여는 꼴이었다. 본인이 낫는다고 할지라도 유치원에 가서 다른 아이를 통해 또 감염이 되니 더욱 자주 아픈 듯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싶어 마침 방문한 병원의 의사 분께 물어보니 영양제 얘기를 하셨다. 아이도 어른처럼 기본적인 영양제를 먹어야 덜 아프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영양제를 안 먹은 시기와 아픈 시점이 겹쳤다. 영유아 때 지인의 권유로 잠시 먹은 것 말고는 가끔 어린이 홍삼을 먹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먹던 유산균 제품도, 평소 발효유 제품을 많이 먹다 보니 쉬던 중이었다. 불쑥 장거리 출퇴근으로 건강이 나빠져 고생했던 일이 생각났다. 200km 가까운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면서부터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어느 늦가을에 걸린 감기가 이듬해 봄까지 낫지 않다가 폐렴으로까지 악화됐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영양제를 알아보며 먹기 시작했는데 아이들도 그런 것이 필요했다.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어린이 영양제를 알아보고 먹이기 시작했다. 좀 들여다보니 신세계였다. 영양소는 십수 가지가 넘었고, 제품도 너무 많았다. 아이에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넘쳤다. 이미 앞서서 자녀를 챙기는 부모의 후기들도 즐비했다. 내가 너무 몰랐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해주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주눅 들기도 했다. 알면 알수록 부모의 재력에 달린 일 같기도 했다. 의사의 첨언에 힘 입어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하다가, 중간 가격대 정도의 종합비타민과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자리 잡았다. 그걸로도 충분해 보였다.
문득 이것이 아이의 건강보다 부모의 걱정을 덜기 위한 비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영양제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눈에 띄게 덜 아팠다. 먹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영양제만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제품마다 영양소의 종류는 물론 함량도 달랐는데,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없기도 했다. 그저 그 나이에 꼭 필요하다는 영양소 정보와 제품 설명, 먹고 난 후 체감되는 변화에 의존했다. 먹고 별 문제가 없으니 신경 쓰지 않는 식이었다.
막상 아이가 아프고 병이 들고 나서야 걱정하고 분주해지는 것은 아니었나 새삼 돌아봤다. 아이들의 건강을 좀 더 자주 살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낮 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만나면,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에만 바빴다. 어딘가에서 놀다가 몸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생기고 벌레가 물어 볼록한 자국이 생겼는데도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다. 내 몸이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보다 세심한 눈길로 아이를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사실 이것이 늘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바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태도였다.
누군가를 돌보는 태도도
진심을 담으려 애쓰면서
하나씩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