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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Aug 11. 2024

화양연화

Barbara 할머니의 추도식장 입구에 이런 글귀가 적혀 다.

Let's celebrate her good life.


그녀가 친구들, 가족들과 자주 갔던 맥주집에 차려진 추도식장 실내에는 '재밌게 잘 놀고 갑니다' 하고 말하듯한 표정의 그녀가 가득한 영상이 상영되고 . 


물론 남겨진 이들은 사는동안 문득문득 심장에 구멍이 난 것처럼 저리고 그리움에 우는 날도 겠지만, 적어도 그녀의 생전의 삶이 안타깝고 안쓰러운 눈물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통한의 눈물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지오디의 노래에서처럼 평생 짜장면을 싫어하는줄 알았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짜장면을 싫어하신게 아니라, 나 한입 더 먹이려고 그러셨단걸 안다면, 나는 남은 인생 오랫동안 짜장면을 볼때마다 슬플 것이다. 건너편에 앉아 단무지를 베어먹는 이는 영문모를 나의 눈물을 닦아주어야할 것이다. 나 없는 세상, 자식이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진하게 해본다.




그날 저녁,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오셨다. 익숙한 TV선반 위에 신상 TV다.


며칠 전, 엄마에게서 9년 된 TV 화면이 푸르뎅뎅해졌다가 괜찮았다를 반복한다고 푸념섞인 톡이 왔다. 올림픽 양궁 결승 경기에 김우진선수 얼굴색이 푸루죽죽하다가 상대선수나오면 괜찮아졌다가, 또 김우진 선수가 나오면 푸루죽죽해진다고. A/S 기사를 모셔보니, 액정교체하는데 60만원 가까이 든다고 차라리 하나 사시는게 낫다고 조언을 들었고, 바로 55인치짜리로 주문하셨다고 했다.

화질이 엄청 선명해~~~


그리고 잠시후 이어지는 말씀,

느그집 테레비는 사이즈가 몇이고?

우리집 꺼는 77인치인가 그래요.

우와, 엄청 크네. 그라믄 우리만 TV 크다고 안 미안해도 되겠네~


엄마는 시시때때, 멀리 있는 나한테 미안하다 하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순대볶음을 드시다가,

아이고, 이거 현정이가 좋아하는데, 우리만 먹어서 우짜노.


잔치국수 면을 막 삶으시다가,

아이고, 이거 현정이가 좋아하는데, 우리만 먹어서 우짜노.


설악산 단풍보러 가셨을때도,

아이고 이 좋은거, 예쁜거 우리만 봐서 우짜노.


겨울바다 보러 속초에 가셨을때도,

아이고 겨울바다, 현정이가 좋아하는데 우리만 와서 우짜노.


한편 나는 또 어떤가하면,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바다 앞에서,

아이고, 엄마, 아빠도 여기 같이 오셨으면 좋을텐데...


칼스베드 동굴에 들어가면서,

아이고, 엄마, 아빠도 여기 같이 오셨으면 좋을텐데...


그랜드 캐년에 갈때마다,

아이고, 엄마, 아빠도 여기 오셨으면 좋을텐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하는 엄마와 나에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정원이가 전한다.  

엄마,
난 엄마가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자식들 걱정은 이제 그만하시고, 나중에 아프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하지마. 앞으론 엄마만 생각하면서 살아. 만약 나중에, 혹시 엄마가 치매여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매일매일 우리 못 알아봐도, 우리가 매일매일 엄마 알아보고, 매일매일 "당신은 우리 엄마예요'"라고 말해 줄게.

그러니까 엄마. 하루하루를 화양연화로 살아.
난 엄마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Celebration of Life.

그거 해요, 우리도.


2024년 봄, 부모님과 함께 갔던 소금빵 맛집에서 본 글귀. 내 마음같아 찍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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