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내 다이어리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나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울 것" 이 말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하지만 다시 다이어리에 쓴다면 이렇게 바꿔쓰고 싶다. "나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타인에게 더없이 너그러울 것"
수렵 채집 시절부터 살기 쉬웠을 때는 없겠지만 나는 단연코 지금이 가장 살기 힘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을 살고 있거든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들. 금리는 치솟고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을 마련하는 건 일생을 받쳐도 어려울 것만 같다. 뜨거워진 지구는 카운트다운을 세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비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극한 추위와 더위, 이상 기후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요즘. 이름도 낯선 바이러스들이 또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아무리 긍정적인 인간이라도 마냥 웃고 있기는 힘들다. 희망보다 체념에 가까워진다. 불확실성과불안이 우리를 벼랑으로 내몬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끼리 똘똘 뭉치면 좋겠다.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이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고 있는 동지 아닌가. 내가 힘들면 당연히 너도 힘들다. 누가 더 나을 것도 없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다정했으면 좋겠다. 그만 다그치고 그만 비교하길. 무엇이든 잘했다고 손뼉 쳐주길. 다 잘 될 거라고 입이 닳도록 속삭여주길. 세상에 그런 존재 하나는 있어야 숨 쉬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되어주길.그렇지 않다면 내가가 너무 불쌍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