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든 날이면 혼자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적당히 넓어 혼자 앉아 있어도 눈에 띄지 않고 적당히 좁아 외롭지 않은 곳이다. 이런 날엔 커피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가 필수다. 이 카페엔 내가 유일하게 먹는 치즈 케이크를 판다. 이름도 멋진 더블 바닐라 치즈 케이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더블 바닐라 치즈 케이크를 주문하고 1인용 좌석에 앉는다. 홀로 견뎌야 하는 1인용 인생 같은 1인용 좌석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본다. 나만 빼고 하하호호 모두 즐거워 보인다.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려는 찰나, 타이밍 좋게 커피와 케이크가 나온다. 찰칵! 습관처럼 인증숏을 남긴다. 휴대전화에 남겨진 사진 개수만큼 내 우울이 세어질까. 아니, 우울한 날이 아니라 힘내기 위해 노력한 날이라고 하겠다.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며 잘 살아보겠다고 힘낸 날!쌓여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더블 바닐라 치즈 케이크 사진 개수만큼 으쌰 으쌰 기특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달콤한 치즈 케이크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합세하니 마이너스였던 기분이 0에 가까워진다.잠깐 쉬어가기에, 슬쩍 마음을 맡기기에 카페만큼 만만한 곳도 없다. 미리 예약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응급상황마다 들를 수 있다. 편안한 음악과 잘 꾸며진 공간에 앉아어지럽던 마음 차곡차곡 정리한다. 이런 날 쥐구멍처럼 들어와 숨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참 다행이다. 왜 슬프냐는 어려운 질문도 서툰 위로도 없는 곳. 오로지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곳.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곳. 그래서 마음 환절기마다 이곳으로 달려오게된다.
하지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 어디 갔다 왔냐는 질문에 답 하고 싶지 않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회사와 집 사이 시간을 메꿔야 한다.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와 집 사이 적당한 동선에 있어 자연스러운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는 것.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0분. 30분만 마음껏 슬퍼하기로 한다. 이 카페 문을 나설 때는 빈 접시와 빈 커피잔처럼 다 훌훌 털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