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 BGM은 알라딘 OST "A Whole New World" 이 노래와 함께라면 여기가 바로 매직 카펫 라이드! 알라딘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 노래는 그저 그런 좋은 노래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짜릿한 노래는 아니었겠지. 알라딘 영화를 본 128분이 오늘 나에게 설레는 출근길을 선물해주었다. 3분의 노래 속에 응축된 128분은 언제든 내가 원할 때면 마법 램프 속 지니처럼 그때의 흥과 설렘을 불러내 준다. 경험이란 그런 것이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런 순간들을 소중하게 알알이 꿰어둔다.
한 줄 한 줄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아무리 좋은 책도 다시 만날 거라고 약속할 순 없다. 세상은 넓고 좋은 책은 넘쳐나니까. 그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마음에 드는 문장을 살뜰하게 모은다. 이렇게 채워가는 필사 노트는 언제 꺼내보더라도 그때의 감동을 되살려준다. 일종의 즉석 설렘 키트랄까.
좋아하는 노래가 더 특별해지는 계기는 여행이다. 여행을 갈 때면 플레이리스트를 신중하게 골라 준비한다. 여행 내내 함께 했던 노래는 일상으로 돌아와도 언제든지 나를 그때, 그곳으로 데려가 준다. 이것이 바로 현실판 마법.
128분의 영화를 온전히 즐겨야, 한 권의 책을 온 마음으로 읽어야, 여행지에서 1초, 1분 고스란히 보내야 언제든 꺼내 음미할 수 있는 즉석 설렘 키트가 완성된다. 그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예고편만 보고 영화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후루룩 넘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상 없이 사진만 남긴 곳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을 제대로 즐기려면 지루한 순간도 견뎌야 한다. 건너뛰기와 2배속으로 굴러가는 인생에 감동이란 없다. 언제 어디서나 꺼내 즐길 수 있는 즉석 설렘 키트를 만들어 가는 일은 그만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찾아내는 노력, 그것을 온 마음을 다해 경험하는 시간.
아무리 좋은 약도 만능일 수는 없으니 상황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는 각양각색의 설렘 키트를 준비하자. 우리는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 그것은 언제나 가까이 있지만 노력 없이는 누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