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을 가장 좋아한다. 어쩌다가 노란색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심리학자 에바 헬러의 말에 따르면 색과 감정의 관계는 우연이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생을 통해 쌓아 가는 일반적인 경험, 어린 시절부터 언어와 사고에 깊이 뿌리내린 경험의 산물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나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였던 나는 밝고 유쾌한 사람이 늘 부러웠다. 항상 밝게 웃는 노란색 스마일리 캐릭터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노란색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노란색을 보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노란색은 나에게 행복을 상징한다.
내 휴대전화 갤러리에는 노란색 사진을 모아두는 폴더가 있다. 일상에서 노랑을 만날 때마다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는다. 마음먹고 노랑을 찾아보면 곳곳에서 노랑이 쏟아진다. 노란색 횡단보도, 보도블록 사이에 핀 노란 민들레,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의 유치원 가방, 이름 모를 풀더미 속에 노란 애기 똥풀, 책장에 꽂힌 노란 책 표지. 의식하지 못했을 뿐 노랑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는 행복처럼.
일상의 노랑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행복의 존재를 실감하게 해 준다. 애써 찾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노랑들이 마음먹는 순간,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는 것처럼 눈에 쏙쏙 들어온다. 행복이라는 것도 이런 것이다. 행복해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일상에 행복은 언제나 있다.
노랑을 볼 때마다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사랑하는 노랑이 분명 당신이 경험한 노랑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삶 곳곳에 행복과 희망이 스며있음을 시시때때로 알려줄 무언가가 당신에게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똑똑한 듯해도 바보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니까.
오늘,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걸음걸음에 노랑이 가득하길 바라며 당신에게 나의 노란색 사랑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