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작년 학폭의 기억 (1)

학교폭력이 우리 가정에게도 다가왔다.

아래로

 두 편에 걸쳐 아들의 느린 성장일기를 조금 끄적여보았죠. 모든 것이 다 2~3살 때 겪은 열성경련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은 우리 아들이 남들 수준만큼은 해주었으면 하는 부모의 욕심만 보이게 됩니다.

 사실, 전 언제나 슬로우 스타터이고, 학창 시절에도거의 1등을 놓치지 않는, 성적 상위권에 맴돌던 범생이였고, 쭈글이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은 수능 부적응자가 되어 예비합격자로 겨우 들어갔고 수석으로졸업해서, 당시 대기업 건설회사에 무난히 들어갔으니 잘난 척 할만한가요?

 하지만, 정반대로 느린 아들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그냥 남들처럼 생각해주고, 소통해주고, 그날그날의 숙제나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지요. 이것도 과한 욕심일까요?

 이런 모든 걱정들이 아들의 1학년 시절에는 나름 학폭 사건으로 점철되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되새김질해야하나 싶지만, 조용한 브런치에 조금씩끄적여봅니다.


 당시는 2학기 중간시점이었습니다. 1학기부터 느리고, 아기같이 굴고, 한글도 잘 모르던 둘째아들은 “누구한테 맞았다. 밀쳐졌다. 장난당했다. 머리털을 뽑히거나 잡아당긴다.”등 이런 이야기를 가끔씩 듣곤했습니다.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강했지만, 모든 이런 이야기는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봐야하는지라, 우리 아이도 잘못한게 없을 까 늘 생각하면서도 슬슬 열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종종 반복되던 10월 어느 날, 욕도 많이 하지만 친했던 아들 친구의 식판을 대신 들어줬다는말을 합니다. 제가 알기론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들은 기본 원칙, 규칙을 배우는 시기이기에 자기가 먹은 식판은 당연하겠지만 자기가 반납하도록 합니다. 우리아이가 무슨 배려심이 철철 넘쳐서 그 아이 것을 대신 해준것이 아니라 봤죠. 사회성도 부족한 아이거든요. 아들이 좋아하는 어떤 곤충을 사줄 테니 식판을 대신 반납하라해서 그냥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지인분이 이야기 해주더군요.

"벌써부터 식판 셔틀 당한 것 같은데? 1학년부터면 좀 빠르다."


 우리 아들은 그 친구가 곤충을 사준다는 말만 믿고 그랬다 합니다. 심지어 그날은 아들이 실내화도 두고 가서 양말인 채로 급식실을 왔다갔다 해서 젖고 그랬다네요. 어찌나 바보같던지 답답하기도 하고 열도 받았습니다. 집에오니 흰 양말 바닥이 새까만 검정색이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 물어보니 욕을 자주 달고 살아서, 선생님한테 매일같이 지적을 받던 아이라 들었습니다.스마트폰을 끼고 산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편견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1학년에 이런 일이 있나 싶으면서도 아이들끼리의 일이라, 아들의 이야기를 날짜및 시간, 스토리 등을 아내가 메모장에 저장해두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채증이랄까요? 몇 일을 물어봐도 동일한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이런 일이 있은 후 2주도 안되서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아내가 열받아서 일하고 있는 시간에 톡으로 계속 문자를 남겨놓았네요. 아들에게 성비위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이죠. 아니, 1학년 주제에 성 관련 사건이 있단 말인가?

 내용인 즉슨, 운동장에서 있던 야외활동 시간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선생님이 없는 타이밍에 아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성기를 만지고 ”너 나랑 뽀뽀할래?“ 라고 말이죠. 문자만 보고 일하다가 열받아서 속으로 씨부렸습니다. ‘아..이 미친새퀴. 변태 새끼인가?’

 퇴근 후에 여러 상황파악을 하고, 아이들을 일찍 재웠습니다. 일단, 우리 아들은 그 친구랑 노는게 재미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호기심이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하거나, 욕을 하고 거칠게 구는 그 모습들이 둘째에게는 너무너무 재미있다네요. 그런 것들이 올바른 것이 아님을 재차 알려주고, 힘들지만 그 친구와도 거리를 두도록 교육을 시켰습니다.

 더불어, 남자아이들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의 범주보다는 사실일 경우에 우리 아들이 겪고있을 심리적압박이나 감정의 손상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우리부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건은 과잉보호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이죠.

 다음 날 아내는 바로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조치나 대응에 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아이가 종종 지적받을 일이 많아서, 그 부모에게도 이야기 하고 면담일정도 있었다네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이해하고 넘어가기 힘들면, 이제는 담임이 할 수 있는 건 없으며, ‘학교폭력 신고‘을 해야 잘잘못을가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소극적이고 완벽한 공무원마인드인 학교 모습이 답답하다고 느껴졌어요. 체벌이 난무한 시대에서 자란 나는 상당히 수평적으로 바뀐 현재 공교육의 모습을 직접 쎄게 맞아보아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들 세계에서는 한번 타겟이 된 친구는 지속적, 반복적으로 목표가 되어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다고 하네요. 아내와 매일 다양한 이야기와 주변인의 의견, 가족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서 결론에 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우리 학폭 신청하자. 둘째가 사실 어떤 감정이며, 생각인지, 속으로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 다 파악이 안되잖아.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부모로 할 수 있는 건 해봅시다. 과잉보호라 생각하지 맙시다!"

일요일 연재
이전 24화 아들에게서 보이는 걱정들 (2)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