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말일까?
교육청 조사관의 조사날이었습니다. 아내는 아들과동행하였지만, 학교 조사시간에는 같이 들어갈 수가없었고, 별도로 대기하고 있다가 만나 집에 왔어요.
우리 아들이 먼저 조사를 받고, 마무리 될 즈음에 시간차가 잘 안맞았는지 상대방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서로 눈빛 교환을 하고 조사 대상자가 변경되었다고 했지요. 사실, 두 아이는 제일 친하게 붙어있던 아이들이라 당황도 하였죠.
조사 결과는 몇일 후 유선으로 통보가 왔습니다. 학폭심의위원회 열리기 전의 조사 단계이다 보니, 통보가 오기 전까지 너무 궁금해서 아이에게 그날의 과정이나 상황을 조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청 조사관은 50대 초반 정도의 연륜이 있는 분이 나오셨다고 했어요. 대질 심문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학교 내 빈 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해서 약간은 차가운 느낌도 들어보였습니다. 아들 이름이 맞는지확인을 하고 조사가 시작되었다네요.
기본적으로 학폭신청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 일시와 상황묘사, 내용등을 상세히 물어봤다고 해요. 다행이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물어보니, 이전에 이야기한대로 일관된 진술로 대답을 했다하니 안심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오히려 우리 아들이 당한 것인데, 가해했다고 적은 부분들을 아들이 사실대로 이야기하여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사관이 이 부분들은 상대방 아이에게 다시 재차 물어서 조사하겠다고 말이죠.
유선으로 조사관에게 연락이 와서 들은 조사결과는이렇습니다. “상대방 아이가 다 시인을 했어요. 아들이 이야기하는 시기와 수업시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한 부분에 대해서 조목조목 인정을 했네요. 심지어, 조사과정에서 추가로 아들이 했다고 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사실은 자기가 한 것이라 인정했구요.”
너무 허탈했습니다. 욕도 많이하고, 거칠고, 편견이 생겨버린 그 아이에게도 순수함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오히려, 맞폭을 제기하고 했던 부분들은 다 부모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상대방 아이가 우리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해요.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했다고 집에가서 매를 100대는 맞은 것 같에!!” 라고 말이죠. 물론, 과장된 말일 수 있겠으나 그냥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조사는 잘 받아서 결과는 좋게 나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학폭위 갈건지, 여기서 멈출건지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솔직히 인정하고, 이후에 더이상 건드리지 않는 그 아이의 모습에서 감명받았다며 학폭위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싶다고 일하는 중에 톡이 왔군요.
그럼, 이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이톡을 하지않으시는 선생님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2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 2025년도에는 다른 학년으로 가셨더라구요. 상대방 아이와는 졸업 때까지 같은반이 되지 않도록 동의서 같은 걸 받았기에 올해는 다른 반이 되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 그리고 우리 아들은 교육청에서 연계해서 진행해주는 심리상담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위탁 연계된 심리치료사가 나와서 우리 가족의 다양한모습을 보아주시고, 문제점도 같이 해결하도록 기회의 장을 주셨습니다. 아들이 성장이 느리고, 주의력집중장애 증상도 있긴 하니까요.
그럼, 상대방 아이도 무언가를 했을까요? 그 가정은아무것도 안하겠다고 합니다. 이력도 남지않게 되어서 홀가분 했을까요? 결국, 상대방 부모로부터는 죄송하다는 사과조차 듣지 못한채, 그 아이의 용기있는 진술 덕에 아무 일 없는 듯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가정을 안좋게 보는 분도 있겠지요? 소문은 참 빠르게 나더랍니다.
이런 결말..좋은 결말일까요? 그 가정의 부모님들이참 안타깝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아직 굳어지지않는 도덕성과 심성,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환경 안에서 훌륭하게 변하고, 자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도 아이에게 좀 더 다가가서, 눈빛교환하며 이야기 시간을 늘리고 있죠. 아이와 같이 부모로써 저도 성장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