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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Aug 28. 2024

두 번이나 실수하다

편의점 알바 4주를 하고

지금까지의 이야기

초간단 요약

만 31세 은둔형 외톨이였으나, 120번의 알바 지원 끝에 운이 좋게 알바를 4주 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슬프게도 카페 알바는 3일 만에 잘렸고, 편의점 알바는 1주 차는 평일 야간 -> 2주 차부터는 주말 오전 시간대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3주 차가 되니 일이 어느 정도 안정 단계에 접어들어 비슷비슷한 업무 루틴을 올리기엔 쓰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지루할 뿐이라. 편의점 알바 중 특별했던 에피소드만 올릴 예정입니다. 운이 좋게도 이번주 금요일부터 단기 알바를 하게 되어서 추가로 올릴 예정입니다. 향후 다른 알바를 하게 되면 여기에 올리려고 합니다. 당분간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할 예정입니다.

3차까지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전의 브런치 북 '커피 한 잔의 용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는 커피 한 잔의 용기에 포함되지 않은 저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입니다.

https://brunch.co.kr/@markvii/2





2024.08.25


3주 차가 되니 이제 재고 정리는 금방금방 하게 되었다. 오픈 직후 준비 청소도 수월해졌다. 저가지만 청소기가 생겨서 허리를 덜 굽혀도 되니까. 아침을 따로 챙겨 먹을 필요도 없다. 주말 8시에서 9시 사이에 남자 사장님이 발주를 위해 편의점에 방문하시고, 이번 주부터는 폐기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동안의 업무는 사장님이 대신 처리해 주신다.


그 시간 이외에는 오로지 혼자서 일한다. 새벽에 재고 정리도 끝났고, 물건도 9시 전후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후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다. 손님들도 의외로 재고 정리 직후인 7~8시에 제일 많다. 일요일에는 11시 이후에 사람이 많이 들어오곤 한다.


3주 동안 알바를 하면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부분은 담배 찾기이다.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담배는 피우지 않을 예정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담배 종류를 전혀 몰랐다. 손님들이 지적해 주셔야 알았다. 지금은 아직 구체적인 위치를 딱딱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몸이 금방 움직인다. 그래서 찾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도 많이 한다. 3주가 지난 지금도 두 가지 실수를 했다.


1. 종량제 봉투 실수

지난 2주간 종량제나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주문하는 고객님은 거의 없었다. 사장님이 신신당부까지 했지만 아무도 없었고, 전날에 한두 명 정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한 고객님이 종량제 봉투 하나를 낱개로 달라고 하셨을 때, 나는 모든 종량제 봉투가 낱개로 제공될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50L 이상의 큰 종량제 봉투는 낱개로 판매되지만, 그 이하의 종량제 봉투는 10개 묶음 판매만 가능했다. 반면에 재사용 봉투는 작은 용량이어도 낱개 판매가 기본이다.


문제는


그냥 봉투를 뜯어버렸다....


결제하려고 옵션을 클릭할 때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았다. 종량제 봉투는 바코드가 없어서 따로 대지 않고, 종량제 봉투 결제 옵션이 따로 있다. 급하게 '재사용' 봉투만 낱개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그분은 재사용 봉투를 받아서 들고 가셨다. 그렇지만 이미 뜯어버린 묶음 봉투들은 어쩌지? 스티커가 복구 불가능하게 뜯겨나가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사서 처리했다. 어차피 집에서 쓰레기봉투를 쓰니까, 미리 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2. 현금 계산 실수

오전 10시경 처음 보는 할머니 손님이 찾아오셨다. 들어오면서 어제도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사갔다고 하셨다. 내가 주문을 받은 기억은 없으니 전날에는 오후 타임에 들르신 것 같다.


오랜만에 아이스크림 주문을 받았다.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할인점이나 마트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주문은 많지 않다. 과자와는 다르게 아이스크림은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이니까.


할머니는 현금 만 원을 내셨다. 아이스크림 3개의 가격은 4,500원이었다. 순간적으로 거스름돈이 5,500원이라는 계산이 머릿속에 딱 떠올랐다. 문제는 여기서 받은 현금을 만 원이 아닌 5,500원으로 적어버린 것이다. 계산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나중에 시재 점검을 하다가 문제 생길까 봐 환불을 요청드리고 다시 계산했다.


한 번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니 손이 떨렸다. 할머니가 큰맘 먹고 오신 것 같은데 더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으셨지만, 눈치로는 답답해하시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지금이라도 제대로 천천히 하나하나 해야 한다. 다시 받은 현금을 만 원으로 적고 결제를 마쳤다.


사실 이건 임기응변이 부족했던 상황이다. 할머니 계산을 끝내고 나서 환불 처리 후 바로 재계산을 했어도 되었을 것이다. 굳이 할머니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어차피 취소한 뒤 다시 계산해도 재고가 3개 나간 건 동일하니까.


나중에 따로 확인해 보니, 받은 현금을 잘못 적더라도 시재 점검 및 인수인계 단계에서 과부족 금액이 다르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니 전적으로 내 실수였다.


교훈

이 실수를 통해 배운 점은 확실하다. 할머니가 다시 돌아오지 않아서 우리 가게 매출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이 된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든 것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데 66일이 필요하다는 이론이 있듯이, 나 역시 이 일에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믿는 게 마음 편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습관을 들이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미리 생각해 두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항상 준비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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