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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44편, 가래떡과 친구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감자가 싹트기 전에 다 먹어치우겠다는 결심으로 한동안 아침마다 감자를 먹었다.

오늘은 감자를 쉰다.


먼저 미지근한 보리차 한 잔 마시고요.

찻물을 끓이면서 아침밥상을 준비합니다.

냉장고에서 한 뼘이 좀 안 되는 가래떡을 꺼내고,

조리하지 않은 지리멸 반 줌, 슬라이스 아몬드 조금.

미리 삶아둔 병아리콩도 꺼낸다.

용기 가운데에 가래떡,

그 한쪽에는 병아리콩, 다른 쪽에는 지리멸과 슬라이스 아몬드를 넣어 전자레인지에 1분 안 되게 돌린다.



삶은 병아리콩을 좋아한다.

보통은 병아리콩에서 밤맛이 난다고 하는데 난 그건 모르겠고.

퍽퍽하면서 담백하고 은근한 고소함이 혀끝에 남아서 좋다.

포크 하나 들고 따뜻해진 병아리콩을 한 알 한 알 콕콕 집어먹고,

말랑말랑해진 가래떡은 똑똑 잘라서 지리멸을 묻혀 먹거나 슬라이스 아몬드를 뿌려 먹거나,

기름 없이 구운 김에 싸 먹거나.

그 사이사이 우롱차를 홀짝이면서요.


그 뒤에 디카페인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초콜릿 조각을 오도독 씹으며 커피를 홀랑 마셨다.

사과 반 개 깎아먹고,

우유 한 잔에 라씨 분말 휘휘 저어서 후루룩 들이켰네.

밥인 듯 간식인 듯,

어쨌거나 쉽고 맛있게, 배부르다네.



밥을 먹으면서 유럽 지역 여행 콘텐츠를 보았는데,

여행 전문가인 이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구성이나 장소 소개에 있어 역사적인 안목이 느껴진다.

어떤 공간은 그곳에 깃든 시간과 결합하여 장소가 되고.

시간을 담은 장소는 우리에게 기나긴 이야기를 전하지.

영어라 잘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만?


내가 살아온 시간은 장소 속에 담기고.

시간과 장소는 하나가 되어 나의 삶을 말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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