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 후다닥 밥 해 먹다
와!
시큼, 꼬릿, 이 냄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치가 도착했다.
이모에게 친구들이 이모 김치를 매우 매우 칭찬하며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요, 했더니,
맛있게 먹었다니 고맙구나, 또 김치 보내줄게, 하셨다.
설날 연휴에 각자 설음식을 싸들고 은이 집에 모인 친구들은,
원래는 은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끔 오늘만큼은 우리가 너를 먹여 살리마, 였는데.
그릇을 찾거나, 김치를 꺼내거나, 음식을 데우느라 집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에서 친구들은 이모가 손수 담아 해마다 보내주시는 김장김치가 정녕 미친 맛이라며,
존경받아 마땅한 김치에 정중하게 경의를 표하면서.
국물 한 방울까지 오메 아까운 것, 꿀꺽 삼켰지.
갖가지 식재료로 만든 반찬이 풍성하게 오르는 밥상이라면 반드시 김치가 아니어도 괜찮을지 몰라.
건강하셨던 할머니가 솜씨를 한껏 부리신 밥상을 매일 받았던 어릴 적 은이에게 김치란,
있으면 먹고 없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그냥 반찬 중의 하나였다.
혼자 먹는 밥상에 매번 채소 반찬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 되어서야 김치의 가치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김치는 그 자체로도 맛있고 우리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데.
더해서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무한대라 말할 수 있다.
어떤 채소든 김치로 만들어버리신 조상님은,
또한 햇김치, 익은 김치, 신김치, 묵은지 할 것 없이,
모든 김치와 갖가지 식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수많은 요리를 창조해 내셨으니.
우리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뚝딱 맛있는 밥상을 차려낼 수 있다.
삼겹살에 김치, 돼지갈비 비지찌개, 부대찌개, 김치찌개, 김치 볶음, 김칫국, 김치전, 김치찜, 김치볶음밥, 김치 국수, 김치만두, 김치 주먹밥, 김밥에도 김치,
수육에는 겉절이,
청국장에는 신김치!
꽁치와 김치의 콜라보.
강렬한 색감이 대비되는 두부김치,
지글지글 구운 스팸에도 김치는 필수다.
딱히 이름도 없는, 누구나 쓱싹- 찌고, 볶고, 구워서 만들어 내는 수많은 김치 요리들.
매콤 시큼의 끝없는 창작과 내 맘대로 변주곡들이다.
김치를 받은 은이는 칼과 도마를 꺼낸다.
김치 담을 유리병과 밀폐용기도,
그리고 왼손에 낄 일회용 장갑 한 짝.
조리대 위에 비닐을 넓게 깔고 도마를 올린다.
(사방팔방 김치 국물이 튀니까요.)
상자를 열어 배추김치 반 포기를 들어 올린다.
김치 국물은 살짝 짜주고요.
김치를 도마 위에 올려 먼저 길이로 쭈욱 칼집을 내요.
하얀 줄기 부분은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또각또각 썰어 밀폐용기에 옮기고.
얇은 이파리 부분과 꽁다리는 가늘고 잘게 썰어 유리병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김치 국물을 조르르 따라주지.
받자마자 김치를 용도 별로 썰어두어야 다시 손댈 일 없이 두고두고 먹기 편하다.
그렇게 잘라져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인 김치는,
하얀 줄기 부분은 반찬으로 때마다 밥상에 한 접시 오를 것이고.
잘게 썬 이파리와 김치 국물은 갖가지 요리로 바뀌기를 기다리겠지.
할머니가 쓰시던 크고 무거운 무쇠팬은 할머니 건강이 나빠진 뒤에 서랍에 파묻혔는데.
어느 날 부엌살림을 정리하던 은이 손에 발굴된 이후 은이가 애용했다.
다루기에 손이 많이 가고 무겁지만 무엇이든 맛있게 익혀주는 무쇠팬은 그 효용이 월등해서,
독립하면서 은이는 줄곧 1인 밥상에 적당한 무쇠팬을 찾아왔다.
가격이 비싸고 크기도 큰 제품이 대부분이라 결정을 못하던 차, 오, 5,000원짜리 작은 무쇠팬이 있네.
길들이는 거야 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너무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만든 건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못 쓰게 되더라도 5,000원이면 뭐, 하는 생각으로 집어왔다.
철수세미로 박박 씻어서 말리고 기름 먹여 달구는,
다소 번거로운 길들이기 과정을 몇 번 거쳤더니.
윤기 반지르르한 쓸만한 무쇠팬이 되었네.
손바닥을 쫙 편 크기의 이 무쇠팬을 약한 불에 달군다.
먼저 빵 한 조각 굽고.
그 빵에 듬뿍 버터 올려 먹는 동안 팬에 기름을 둘러 납작하게 썰어둔 감자를 굽는다.
감자가 노릇노릇, 파슬 하게 구워지면,
이번에는 양파와 베이컨을 올려요.
계란 프라이도 하고요.
얼마나 맛있게 구워지게요.
팬 하나로 푸짐한 아침밥상을 준비할 수 있다.
저녁에는 고추장 양념에 재운 오리고기 또는 돼지고기.
간장 양념에 재운 소 불고기도.
그냥 삼겹살도, 버섯도, 갈치도 굽고.
후다닥 볶기만 하면 되는 김치와 다진 돼지고기,
김치와 통조림 참치,
김치를 깔고 끓이는 통조림 꽁치.
은이가 좋아하는 갓김치 들기름 볶음-
갓김치 양념을 싹 씻어 물기를 꽉 짜내고 들기름에 들들 볶는 이 음식을 위해 은이는 갓김치 반은 일부러 냉장고 구석에서 묵힌다네.
하여간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어렵거나 손쉬운 요리들이 무쇠팬 위에서 최대치의 맛을 뽐냈다.
사건이 너무 명확해서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와 판결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래서 어서 이 사회의 혼란이 가라앉고,
그간의 수렁에서 벗어나 새 출발 하기를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는데.
비겁하기 그지없는 내란 수괴는 구치소에 있기 싫으니까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교통을 방해하면서
허옇게 분칠 한 면상을 심리 때마다 들이민다.
그러고는 꾸벅꾸벅 졸거나 망언을 쏟아내지.
되지도 않는 주장이나 뻔한 거짓말만 하면서 자꾸자꾸 시간만 끈다.
범죄자의 정신으로 꽉 찬 저 철면피한 일당을 지켜보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이라니.
돈으로 떡칠을 해도,
번쩍거리는 명함을 내밀어도 존재 자체가 비루하여,
비웃음과 경멸의 대상일 뿐인 권력자와 그 무리들은,
어떻게든 더러운 자기들 권력을 살리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서로 이익으로 얽히고설킨 동업자들은 할 줄 아는 게 모함과 모략질뿐이니.
매일매일 이들이 뿜어내는 소란과 악취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사람이 있으면 세상 어디에나 있고,
부자나 가난뱅이나,
젊거나 늙거나,
한국인이면 누구나 먹는 우리의 김치는,
핏속에 흐르는 김치 농도로 한국인임을 증명하는데.
불의에 굴종하여 돈이라면 나라도 팔아먹는 저 구질구질한 무리의 밥상에서는 김치를 빼버려야 한다.
김치 먹을 자격 없음.
그렇게 답답하게 또 하루를 보내면서 은이는 부침개나 해 먹을까? 고구마와 김치, 밀가루를 꺼낸다.
밀가루에 물을 조금 부어 되직하게 반죽한다.
요건 고구마 부침용 반죽.
도톰한 두께로 납작하게 썬 고구마에 밀가루 반죽을 슬쩍슬쩍 묻혀서
달군 무쇠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구마 올리면 끝.
시간이 구워준다
뜨거운 고구마 부침을 호호 불며 이번에는 김치전을 지질까?
볼에 잘게 썬 김치와 김치 국물, 밀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약간 질게 반죽해서,
-입맛에 따라 매운 고추를 썰어 넣어도,
물오징어 혹은 돼지고기를 넣어도 좋고요.
팬에 한 국자 부어 얇게 익히기만 하면 된다.
참 쉽죠.
그렇게 맛난 부침개를 배부르게 먹고 나서,
식은 무쇠팬에 뜨거운 물을 흘려 휴지로 닦아내고,
베이킹소다와 세제를 부어 철수세미로 닦는다.
헹궈서 물기를 닦고 불에 올려 달군 뒤 기름을 먹이고,
또 식히는 과정을 되풀이하지.
손질이 끝난 무쇠팬은 종이에 싸서 보관해요.
아, 배부르다.
이제 뱃속으로 들어간 이 칼로리를 어떻게 해결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