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숲
얼마 전 엄마에게 요즘 고구마가 그렇게 꿀맛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고순이인 나는 귀를 쫑긋하며 그 길로 쪼로로 마트로 달려갔다. 마침 채소 매대에 한 입 고구마가 있었다. 바로 옆에 알감자도 있었다. 둘이 친하다고 해서 사이좋게 데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긴 뒤 고구마는 오븐에 감자는 밥솥에 넣었다. 감자를 조금 태워 먹었지만 먹지 못할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량생산한 아이들을 다람쥐 도토리 숨기듯 냉동실에 켜켜이 넣어 두었다. 그 뒤로 잊을 만하면 한 두 개씩 꺼내 데워 먹고있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속도 편해 자꾸자꾸 들어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54cm 에서 성장이 멈췄다. 엄마, 아빠, 언니, 친구들, 나처럼 고만고만한 호빗족들이다. 가끔 키 커지게 해 준다는 아이들 영양제 광고를 보면 키 작은 어른으로써 별스럽단 마음이 든다. 언제부터 이곳은 거인들의 세상이 되었을까. 더 이상 높은 곳의 열매를 따먹지 않아도 되는데… 그토록 키에 목숨을 거는 건 경쟁에 대한 관성일까. 그것만큼 비교하고 줄 세우기 쉬운 도구는 없으니까. 크고 작음은 다름의 문제이니 공평하게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과정 속에 있는 아이들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염원을 담아 이번엔 조그만 고구마와 알감자로 수프를 만들었다. 그동안 무시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사과도 곁들였다. 소금, 설탕 없이 시나몬만 조금 넣고 만들었다. 특별한 조력자 없이도 지들끼리 돕고 위하며 근사한 맛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기로 했다.
- 재료 : 고구마. 감자. 사과. 두유. 올리브유. 시나몬파우더
1. 고구마와 감자를 익힌 후 껍질을 벗긴다.
2. 두유와 함께 믹서에 넣고 간다.
3. 냄비에 붓고 시나몬을 넣은 뒤 끓인다.
4. 그릇에 담고 슬라이스 한 고구마와 사과를 올린다.
* 요리영상은 아래에…
https://www.instagram.com/reel/DCIuTxKyKO3/?igsh=MWJmaWh5aHd4c3c4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