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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Nov 10. 2024

연근브로콜리 숲

진흙 나라 연꽃 공주



 어릴 때 종종 코피를 흘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중엔 빨간 수염이 자라 있고, 배게에는 해적들이나 볼 거 같은 코피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연근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생연근을 갈아 마셨다. 달디단 조림을 먹고 싶었지만 엄마는 생으로 먹어야 좋다며 아침마다 연근으로 멀건 콧물을 만들어 줬다. 그럼에도 연근이 싫지 않았다. 그 나이에 받고 싶은 관심과 챙김이 좋아 한껏 누리고 즐겼다.


 무슨 사연 있는 사람처럼 진흙탕에서 사는 연근을 좋아한다. 왕눈이가 쓰던 우산처럼 생긴 큰 잎사귀도 좋아하고, 양파처럼 동그란 봉우리에 잉어 비늘처럼 한 장 한 장 열리는 꽃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연잎으로 싸서 지은 찰밥에 간장으로 조린 연근을 올려 먹는 걸 좋아한다. 무더운 여름날, 가만히 연근밭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더러운 세상에서 고귀함을 잃지 않는 비법을 알려주는 거 같다. 한결같은 고요함과 침묵으로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마음들을 이야기해 주는 거 같다.


오랜만에 들른 채소 가게 한 편에 시커먼 연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간판도 없는 오래된 노포처럼, ‘사든지 말든지’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여전히 멋져 보였다. 어린 시절 갈아 마시던 연근 같은, 아니 그보다 좀 더 따뜻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 안에 연근이 사랑으로 기억된 이상 맛이 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재료 : 브로콜리. 연근. 올리브유. 두유. 천일염

1. 연근의 반은 깍둑썰기, 반은 슬라이스 한다.

2. 팬엔 오일을 두르고 슬라이스 연근을 굽는다.

3. 깍둑썰기한 연근과 브로콜리를 함께 볶는다.

4. 두유를 붓고 믹서로 간 후 한번 더 끓인다.

5. 그릇에 담고 구운 연근과 브로콜리를 곁들인다.


* 요리영상은 아래 링크에…

https://www.instagram.com/reel/DCK6_Tjy3Ex/?igsh=OXhlY3V2NTR4ajh6


* 릴스로그 [선데이비디오] 5화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CKm2nWqo8j/?igsh=MXVyOXBocXJoNHJ1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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