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ADHD/스탠리 퀜처 플립스트로/비오는 날/사공-모래성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북.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스토리]
성인ADHD가 의심되는 내 책상
내 책상 위는 연중 11개월 정도는 이 상태다. 마음먹고 치우면 깨끗한 책상은 3일을 못 간다. 글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미니수납장이 필요한 것이 생각나 스마트폰을 열고 30분 동안 수납장을 검색하고, 가위를 가지러 일어났다가 물만 마시고 돌아온다.
[오늘의 물건]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산 스탠리 퀜처 플립스트로. 887ml의 용량으로, 1리터가 넘는 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선택했는데 아주 만족하며 매일매일 사용 중이다. 더운 여름밤, 얼음을 반쯤 채우고 녹차를 가득 따라 마시며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다른 텀블러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스탠리의 진공력은 강력해서 뜨거운 여름 햇살을 잔뜩 받은 차안에 둬도 얼음이 녹지 않는다. 다만 식세기를 돌리면 진공력이 떨어져 버리니 주의.
이미 스타벅스 스탠리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몇 번 식세기에 돌렸더니 입구 주변에 결로 현상이 생기고 있다. 여러분은 꼭 손세척해서 오래 오래 쓰세요.
[오늘의 풍경]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커튼을 젖히고 바깥을 본다. 비가 오는 날이나 비가 온 뒤엔 저 멀리 보이는 산에 아주 낮게 구름이 깔려 있다. 산허리에 걸린 구름을 보고 있자면 절로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를 흥얼거리게 된다. 작자 미상의 동요인가 했더니 산울림이 만든 곡이다. 검열에 걸리지 않을 만한 노래를 찾다가 동요 스타일의 가요를 만들게 되었다고. 원곡을 찾아 들어보니 그루비한 기타 사운드가 꽤나 멋지다. 요즘은 가요도 3분을 넘기지 않는 곡들이 많은데 동요를 표방하면서 무려 3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요즘 노래들은 30초 안에 승부를 보기 위해 점점 후렴구를 빨리 내놓고 있다. 인트로가 짧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빌보드 핫100 1위곡의 평균 길이는 1990년 4분 22초에서 2024년 3분 34초로 줄어들었다.
새 앨범이 나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CD를 사서 비닐 포장을 조심스레 뜯고, 지문이라도 묻을까 조심조심 CD플레이어에 CD를 끼워 처음부터 끝까지 듣던 감성이 가끔은 그립다. 별로인 곡이 있어도 ‘아티스트의 의도를 파악해야지’ 하면서 꾸역꾸역 순서대로 듣던 그 때. 그래도 CD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갈아끼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오늘의 음악]
모래성 - 사공
잔잔한 일상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사공. 사공의 곡들을 듣고 있자면 ’9와 숫자들‘인가 싶을 때도 있는데, 잔잔하고 편안함이 좋다. <모래성>은 그중에서도 (비교적) 경쾌한 무드의 곡으로, 초중반까지는 ’우리가 만들던 꿈의 탑‘은 ’어차피 모래성‘이라며 ’세우다가 말았‘다고 하며 다소 염세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곡의 끝에 이르러서는 ’네가 눈 뜨기 전 더 크게 지어줄 거‘라는 희망찬 가사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