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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비 - 두 번째 소식

오키나와 지바고 커피/애플워치&에어팟프로/여름날의 구름/Travis

by 릴리리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스토리]

5월에 오키나와에서 사온 커피 원두를 다 먹었다. 어딘가 여행을 가면 꼭 그곳의 로컬 커피를 마셔보는데, 마침 오키나와에서 이틀 묵었던 리조트 옆에 유명한 커피집이 있어서 수월하게 사왔다. 지바고 커피, 이미 오키나와를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곳이다. 하우스블렌딩인 ‘로컬’과 에티오피아 두 팩을 사왔는데, 로컬은 밸런스가 좋아 무난하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있고, 에티오피아는 튀지 않는 깔끔한 산미가 있어 맛있었다.

참고로 지바고 커피의 점장이자 로스팅 전문가인 미카미 씨는 2023년 월드 에어로 프레스 챔피언십에 일본 대표로 참가, 54개국 중 6위를 했다고 한다. 일단 일본에서 1등하고 세계에서 6등 했으니 실력은 검증된 셈.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과 도넛도 맛있다고 하는데, 호텔 조식에 배가 불러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오키나와에 가신다면 추천합니다.

내일은 원두를 사러 동네 커피집에 가야겠다. 여긴 커피의 도시 강릉이니까, 이번엔 어떤 가게의 원두를 사볼까.


[오늘의 물건]

애플워치 & 에어팟프로

얼마 전에 애플워치가 사망했다. 요즈음 터치가 잘 되지 않아 열 번 정도 꾹꾹 화면을 눌러야지 인식하곤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수영장에 차고 들어갔다가 전원이 아예 나가버렸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는데 호흡기를 떼버린 셈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애플워치10을 샀다. 찾아보니 내가 쓰던 모델은 애플워치5로, 2019년에 산 것이었다. 5년이 넘게 썼으니 오래 썼다 싶으면서도, 그냥 시계였으면 배터리만 갈면서 평생 쓰고 딸에게 물려줄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애플워치의 심전도 기능으로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을 잡아냈기 때문에 돈값 이상 했다고 여기기로 했다(전극도자절제술 받고 지금은 완치 상태다).

에어팟프로도 계속 한쪽이 지지직거려서 얼마 전에 새로 샀는데, 갑자기 큰 지출로 속이 쓰리지만 삶은 풍요로워졌다. 더 이상 운동하면서 워치의 운동 시작과 종료 버튼 터치 문제로 화내지 않아도 되고, 정체모를 소음이 들리는 에어팟을 끼고 러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줄 이어폰과 스와치 시계만 있으면 되었던 옛날의 삶이 더 단순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좀 복잡해도 지금이 편리한 세상인 건 확실하다.


[오늘의 풍경]

여름날의 구름은 참 예쁘다. 솜을 크게 뭉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휘핑크림을 쌓아올린 것 같기도 한 뭉게구름. ‘뭉게구름’이라는 이름마저 폭신하게 느껴진다.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이 뭉게구름은 적운이라고 하는데, 고기압권에서 날씨가 맑고 한낮 기온이 높을 때 볼 수 있다. 하층 대기엔 뜨거운 공기가, 상층 대기엔 상대적으로 시원한 공기가 위치해 대기가 불안정해져 만들어진다. 나른한 한낮의 여름에 뜨거워진 땅에서 올려다 보기엔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구름이지만, 적운 주변에서는 강한 난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아무튼 뭉게구름을 보면 여름이 실감난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프다.

여름이었다.


[오늘의 음악]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 Travis

사실은 어제 비구름과 CD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이어서 소개했으면 좋았을 곡이지만, 하루를 넘겨 소개해본다(첫 소식의 음악으로 옛날 곡을 선곡하고 싶진 않았다). 서정적인 브릿팝 넘버를 구사하는 트래비스의 대표곡으로, 비오는 날만 되면 꼭 들어줘야 하는 곡이다. 라이브에선 이 곡의 후렴구 직전에 프란 힐리가 항상 ‘원, 투, 쓰리, 포!’를 외치는데, 어느 해의 펜타포트에서(찾아보니 2008년이군요) 이걸 보고 처음엔 좀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경쾌하진 않은 곡이라 그 밝은 구호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몇 번 하다보니 익숙해지고 흥도 나서 지금은 이 곡을 듣다가 마음 속으로 ‘원, 투, 쓰리, 포!’를 외친다. 여러분도 꼭 듣다가 외쳐보시길. 은근 신이 난다. 영국음악 특유의 ‘우울한 발랄함’이 사랑스럽다.

이곳은 가물어서 비 소식이 반갑지만, 그렇지 않은 동네도 많다. 모쪼록 비 피해가 더 없기를 바라며, 수해를 입으신 분들과 지역도 빨리 회복 및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Travis의 <The Man Who> 앨범 커버아트(1999 Craft Recordings, a division of Concord Music Group,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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