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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비 - 네 번째 소식

김밥/한일 워셔블 선풍기/비둘기 두 마리/Glass Animals

by 릴리리

[오늘의 스토리]

김밥을 싫어했다.

김밥을 먹으면 항상 목이 막혔다. 어렸을 때는 특히 잘 체했던터라 목이 꽉 막히는 김밥은 질색이었다. 그래서 소풍이나 체험학습날 도시락은 항상 볶음밥이나 유부초밥이었다.

밥이 적게 들어가고 대신 다른 내용물이 꽉 찬 김밥이 유행하면서 김밥을 종종 먹게 됐다. 꽉꽉 누른 밥이 적어지니까 한결 먹기 편했다. 본능적으로 저탄수가 끌렸나 싶은데 사실 김밥엔 밥이 꽤 많이 들어간다. 오죽하면 당뇨에 가장 안 좋은 음식 중 하나로 김밥을 꼽기도 하니 말이다.

요즘은 종종 김밥을 싼다. 별다른 재료 없이 햄, 달걀, 당근, 단무지, 우엉 정도만 넣는다. 아이들이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크기로 돌돌 만다. 크기가 작다보니 10줄 정도는 금방 먹는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김밥을 싸서 가까운 곳으로 소풍이나 다녀와야겠다.


[오늘의 물건]

한일 워셔블 선풍기

올해 산 물건들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워셔블 선풍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풍기 헤드 부분만 떼서 물로 통세척이 가능하다. 그 동안은 분해 세척이 귀찮아 선풍기 날개에 소복이, 겹겹이 쌓이는 먼지를 못본 척 하고 그랬다. 여름이 아직 한참 남았을 때 먼지가 많으면 ’그래도 여름 내내 써야 되니까‘ 하면서 닦았을 텐데 이놈의 먼지는 꼭 8월 중순이 넘어가서야 눈에 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 조금만 기다리면 어차피 다 닦아놓고 보관해야 할텐데, 조금만 버텨볼까 하다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더위와 지저분함에 견디지 못하고 투덜대며 나사를 빼고 청소솔을 손에 쥐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며칠 쓰고 선풍기는 창고행이다.

이 선풍기는 돌려서 헤드를 뺄 수 있다. 나사를 뺄 필요가 없다. 샤워기 수압만으로 날개에 들러붙은 먼지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더 깨끗하게 씻으려면 분해를 하면 되지만, 그건 그냥 시즌 끝날 때 하고 싶다.

게다가 이 선풍기는 위아래로도 빙글빙글 돌며 바람을 전달해주고 바람 세기도 7단계까지 있어 서큘레이터로 최적이다.

다 좋아 보이는 이 선풍기의 단점은 헤드를 손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거다. 무조건 리모컨으로만 조정해야 돼서 미세한 조정을 하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아주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너무 가버려서 다시 원하는 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그거 말곤 만족하며 쓰고 있다.


[오늘의 풍경]

베란다 바깥 안전난간에 비둘기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가끔 비둘기들이 찾는 장소다. 원래는 에어컨 실외기를 놓는 곳인데, 나름 지붕이 있어 비둘기들에게는 안식처 같은 느낌인가 보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그들을 보면 귀여운 생각도 들지만, 쫓아내지 않으면 묽은 똥을 푸지게 싸지르고 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쫓아내야 한다.

그래도 비오는 날은 잠깐, 아주 잠깐은 못 본 척 해준다.


[오늘의 음악]

Vampire Bat - Glass Animals

댄서블한 리듬이 흥겹다,고 하면 막상 듣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니 영국음악 특유의 음울한 발랄함이 돋보이는 곡이라고 해두자. 글래스 애니멀스는 2020년에 발매된 <Dreamland> 앨범을 좋아하는데, 이 곡은 8월 8일에 발매된 따끈한 신곡이라 선곡해봤다.

<Vampire Bat> 싱글 아트커버(A Polydor Records Release; 2025 Universal Music Operations Limited)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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