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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Oct 30. 2022

차를 우리며

   최근 음료문화에 관심을 갖다보니 커피 브루잉과 맥주 브루잉 그리고 차를 우리는 일 등이 취미가 되었다. 이 모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맛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어느정도 발효기간을 거쳐서 미래를 기약하는 맥주와 다르게 커피나 차는 현재의 순간을 창조한다. 그래서 추출하는 시간 또는 차를 우려내는 그 시간은 맛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커피는 핸드드립의 경우 대략 2분 30초안에 추출을 끝내고 차는 종류에 따라 다르나 보통 3분~5분 안에 우려냄을 끝낸다. 그렇지않으면 그야말로 나쁜 맛까지 모두 나와서 최적의 순간을 놓친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차와 커피를 내는 모든 과정이 그것을 행하는 사람과 무관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날의 심리가 과정을 미세하게 변형시키기도 하는 것 보면 이 다양한 결과치들은 참으로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오늘은 차 한 잔 우려내며 나를 돌아보는 시 한편으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차를 우리며>


우러난다는 것은

드러난다는 것


늘 하던 생각들,

흐릿했던 생각들,

꼭 쥐고 있던 생각들


모든 나의 내가

뜨거운 물에서

바등거리다

우러나온다


어리석은 생각들마저

찻잔 벽에

기포로 매달릴 때,


비로소

인생은

이런 속수무책의

순간들이었다고

한숨을

내뱉는 순간,


찻잎을 걷어내는

나의 손이 속삭인다.


'시간 다 됐어.

꺼내 올리는 것도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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