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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커피

by 테이블

쌀독에 쌀이 떨어지면 이러할까

예전 어머님들

쌀독에 표주박 바가지로 쌀을 퍼담으실 때, 바닥이 드러날까 맘껏 푹푹 퍼내지도 못하는 손.


어느 날,

하얀 쌀 사이사이로 까만 어둠의 틈이 보이기 시작하고 표주박 끄트머리가 바닥을 싹싹 긁는 소리를 낼 때,


밥하는 사람 잘못도 아니건만 그렇게 죄스러웠다는 엄마의 엄마 시절 이야기.


나는 커피원두 용기의 바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해야 옳은가.


죄스러움 대신에 무엇을 품으면

이 바닥에 대한 쓸쓸함이 사치스러움이 되지 않을까.


괜스레 커피 한 잔도

사치로 느껴지는 그야말로 사치스런 이 기분.

둘러보니 사치 아닌 것이 없구나.


하지만,

스스로에게 이런 작은 사치를 허용하는 삶이란

얼마나 가치로운가.


오늘은 쌀에 비할 바 아니나

비우기 전에 늘 채워두어야하는 커피,

그 결핍을 즐겨보련다.



#사치와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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