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중학생의 겨울방학, 아침체조가 가져온 꾸준함

국민체조로 시작해, 체육으로 끝나는 효과적인 루틴 설계

by ADHDLAB

중학교 1학년 '바다'의 겨울방학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저는 겨울방학 한 달 전부터 밤잠을 설쳤습니다.

삼시 세끼 준비 때문이냐고요? 아니에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있으며 끊임없는 장난을 받아주고, 널뛰는 감정기복을 견디며, 공부도 시켜야 하고, 미디어 조절을 위한 실랑이도 해야 하죠. ADHD 아이와 함께하는 방학은 때로 제 속을 태우는 고행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아이와 잠자리 대화를 나누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중2가 될 아이가 엄마와 끈끈하게 붙어 지낼 시간이 앞으로 또 있을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방학 시간표'를 짰습니다.

평소 계획 세우기를 세상에서 제일 귀찮아하던 아이였는데,

지난 1년의 훈련 덕분인지 스스로 시간표를 그려왔더군요.

아이가 제안한 구성은 단순했습니다.

0교시 체조, 1~3교시 공부, 4교시 체육.

이 느슨하고도 명확한 루틴이 가져온 '엄청난 효과'를 소개합니다.


-------------------------------------------------------------

1. 0교시, 체조로 뇌의 스위치 켜기

바다는 매일 아침 8시 반, 반쯤 감긴 눈으로 거실에 나옵니다.

그리고 '국민체조'를 시작합니다.

흐느적거리는 몸짓이지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몸을 움직여 뇌에 기상을 알리는 것'이었으니까요.

ADHD 아이들에게 반복은 금방 독이 됩니다.

2주가 지나니 국민체조를 지루해하더군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유튜브 채널 'Danny Go'의 인터랙티브 영상을 찾아냈고, 'Digging Emerald' 게임 같은 동작에 아이는 다시 열광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4주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는 체조로 뇌를 깨웠습니다.


2. 4교시, 체육으로 하루 일과를 끝내기

공부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아이와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파트 피트니스 센터에서 달리기, 뒷산 산책, 건강 체조 등 종목은 매일 달랐습니다.

특히 이번 방학의 효자는 '전기자전거 GCOO(지쿠)'였습니다.

만 13세 이상이면 이용 가능한 공유 자전거를 '같이 타기' 기능으로 빌려 동네 오르막길을 탐험했습니다.

페달을 밟을 때 뒤에서 누가 슝~ 밀어주는 것 같은 전기 자전거 특유의 가속감은 아이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ADHD 아이들은 늘 새로운 자극을 갈구합니다.

매일 다른 '체육 거리'를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하루의 끝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덮어주었고,

그 좋은 기분이 다음 날 루틴을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3. 학습: '보충'보다는 '성취감'에 집중하기

방학은 부족한 공부를 채울 골든타임입니다. 하지만 제 욕심에 공부 양을 늘리면 아이의 짜증이 늘어나요.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저는 두 가지만 지켰습니다.

아이가 정한 만큼만: "이 정도는 할 만하다"라고 느끼는 양만 배정해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격려했습니다.

복습 위주: 1년 해외 살이로 생긴 중학교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어와 영어는 중1 과정을 복습했습니다. 어려운 새 진도보다는 아는 문제를 완벽히 푸는 경험이 아이에게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만 유일하게 학원의 도움을 받아 2학년 1학기 예습을 했습니다.)


그제 아이가 개학을 했습니다.

방학 전반전이 끝난 느낌이에요. 일주일간 학교를 가고, 다시 한 달여간 방학을 해요.


후반전을 앞둔 지금

전반전의 이 시스템을 후반전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듬어보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면서도, 제 건강과 마음도 지키는 방학으로요.


여러분들의 방학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이와 부모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여러분만의 루틴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누어 주세요.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9화아이가 감정폭발할 때 부모에게 필요한 건 ‘평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