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단정한 심연의 시#09

by 임상




비참함이 가라앉길 기다려

한낮이 될 때까지

퉁퉁 부은 위장은

읽다 만 시집으로 가리고요


세상을 부수던 빛이 목 위로

금 그어 놓고 도망가길 한 번


다시 한번


억지로 끼워놓은 이음새가

서로에게 반해 아물기를 기다렸고요


달콤하게 부풀어 오른 세상의

벽이라는 거품이 말끔히 꺼질

때까지 책상 아래에 숨어

혀뿌리를 움켜쥐었죠


뽑아버린 손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울던 밤의 목구멍을 미지근한 피

점점이 얼룩진 두툼한 목숨으로

꼬옥 틀어막아놓고

떨어지는 눈썹 털을 세면서


하나아

두울


넘어가지 않는 말들은

왜 이리도 긴가요


왜 이리도 살아 있는 시간은

아물지가 않지요


왜 이리도 나의 습기는

마르지 않는 건가요


지는 법을 모르는 조각난 달이

눈물의 강에서 발을 담그고

토악질을 하더군요 고요하게

먼지 같이 떨어지는 별의 시체들 부스러기

아래에서 믹서기로 시간을 갈았지요


이 잡음도 없이 길고 무거운

소화 중을 뛰어넘어

아침 급식으로 나오는

딸기 우유를 마실 때까지 살아 있으면

죄가 한 겹 더 쌓이려나


화장실에서 죄를 고백해도 되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변기통에

내가 훔쳐 먹은 눈물을 털어놓을 테니

산산이 으깨어진 딸기 무더기의 무덤을 보고

마치 피 같지 않아요?

눈을 휘며 웃은 그 아이를

용서해줘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나는 어떡해야 오늘 먹은 걸

삼킬 수 있을까요

아직 오늘이 남아 있는데

오늘이 가기 전에

적어도 오늘 먹은 건

뱉어내지 않으면 좋겠는데

어디 그러기가 쉽나요

체중계에 오르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갈비뼈를 뜯어내고 파고드니까


어디 그렇게

살아 있기가 쉽나요


어디 이토록

사는 게 어려운지

이렇게 오늘도 먹은 걸

입 안 가득 머금고




조금 더






지속해볼게요















<어느 독자의 한마디>


"견디는 삶, 내적 고통, 육체적·정신적 억압과 자책, 그리고 ‘오늘을 살아낸다’는 일상의 끈기."

— 심연의 독자, A


"‘끈기’는 단순한 생존 기록이 아니라, 고통을 시적 구조 속에서 재구성한 작품.

시인의 ‘퉁퉁 부은 위장’이나 ‘손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같은 이미지들은

존재의 한계를 은유하며,

삶과 고통의 반복적 리듬을 포착한다.”

— 심연의 독자, B


“‘오늘 먹은 걸 삼켜야 한다’는 절절한 행위,

‘살아 있기가 쉽나요’라는 질문.

현실과 내적 갈등, 자기 억압까지

시적 장치로 담아낸다."

— 심연의 독자, C


“시간과 신체 경험을 교차시키며 고통과 생존의 반복 구조를 보여주는 시.

‘눈썹 털을 세면서 하나아, 두울’처럼 리듬을 살린 문장은 고통이

감정뿐 아니라 호흡과 리듬 속에서 실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 심연의 독자, D


“‘뽑아버린 손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같은 세부 묘사는,

단순히 신체적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방식과 생존의 무게를 체감시킴."

— 심연의 독자, E


"평범하게 진행되는 일상적 행위와 고통의 교차.

거기서 드러나는, 시인의 현실과 그 현실에 저항하는 이 내면 사이의 긴장."

— 심연의 독자, F


"단정하면서도 무거운 생존 의지.

바로 하루를 살아낸다는 생존에 대한 의지."

— 심연의 독자, G


"만성적인 고통이 가득한 일상 속, 정신착란이 올 것 같은 기이한 해석이 기인하는 내면,

견딜 수 없다는 모든 비명을 아무렇지 않게 토해낸 뒤,

다시금 단정하게 다짐하는 끈기의 말.

어디 이렇게 말하기가 쉬울까요."

— 심연의 독자, H


"시인의 일상 세계에 머문 적이 있기에,

이 시를 읽고 눈물이 났다."

— 심연의 독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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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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