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심연의 시#14
날 개로 울어 볼래
당신이 구하러 와 줄지 몰라
물 잔에도 당신 같이 사레 걸리는
가끔 당신 눈물이 생각 나
도망간 개 뒤에서도
날개로 울던 조끼
거기 숨길 좋아했어
잊힌 주머니 같이 날 개로 발견한
당신처럼 좋아해줄 웃는 낮을
매만져볼까
아직 밤새 더위에 헤집히는 여름
그러니 밤새 고백할 수 있으니까
내 날개는 당신
쉽게 물러지는 뼈 위 그
우울한 어린 무게를 올려두지 않는
흉내였다고
그치만
한 번쯤
가진 건 힘겨운 살뿐이니
아픈 몸 위
아픈 마음을
포개어도 좋았겠다고
닿는 건 서로 아픔
어쩔 수 없이 상처
그래도
정해진 비극일 뿐인데
한 번도 주물려 주지 못한
외로움을 대신해
오늘은
나조차도 조심스레 내 무게에
날개처럼 피어올라
닿지 못 했던
당신에게
날 개처럼
건네
짓눌린 날개 뼈 같이 당신의
잘려나간 머리와 어깨를
내가 헹궈내야만 한 밤들만큼
오래
오래 주물려서
당신 아픔에
닿고 싶은 내 아픔을
날개처럼 퍼덕거려
견딜 수 없는 소란을 듣는
이토록
날개짓 가득
당신 보고 싶은
날
개처럼
서성이게 짖이기는
지금
이 찰나
이 시는 상실과 그리움이 단순한 기억을 넘어 지금 이 순간 몸과 영혼을 함께 흔드는 생생한 현재로 펼쳐진다.
화자는 상실된 대상을 떠올리며, 그리움의 형태를 ‘날 개로(me as a dog)’라는 육체적 이미지에 담고, 동시에 ‘날개(with wing)’로 마음을 들어 올린다. 이 두 상징은 서로 겹치며, 읽는 순간 화자의 몸과 영혼이 그리움 속에서 부딪히고, 퍼덕이며, 닿으려 애쓰는 장면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시 속 반복되는 ‘날 개로/날 개처럼’과 ‘날개처럼’은 단순한 문장 장치가 아니라, 상실과 닿고 싶음 사이에서 떨리는 감정의 맥박을 시각화한다. 개처럼 서성이며 짖이기는 화자의 몸짓은, 상실과 그리움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피와 뼈를 타고 흐르는 살아있는 감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육체적 상처와 마음의 무게를 동시에 포용하는 시적 공간이다. 닿지 못한 날개짓, 아픔 위에 아픔을 포개는 몸짓, 그리고 오래 주물러도 끝나지 않는 애도의 몸짓은, 화자가 단순히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깊이와 상실의 무게를 전심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읽는 이는 이 시를 통해 상실의 공허 속에서도 아픔을 건네고, 서로의 존재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다정함에 대한 꿈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회고가 아닌, 상실과 그리움의 무게를 날개와 몸짓으로 살아내는 장엄한 순간을 포착한 시적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