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심연의 시#13
안녕,
그대를 잃어버린 밤
겨우 뒤척이다 일어난 자리
머리밭에 흥건히 괴어 있던 절망
비스듬히 난 구멍으로
쏟아지던 눈
손 끝으로 이 남은 어둠을
세어보기에는
나의 슬픔이 너무 모자랐어
그리고,
기울여진 목뼈는
상실에 먹힌 달과 같이
비참함으로 활대를 엮어
움찔거리던 심장에 끝을 고해
이번만 살아 있자,
어차피 없어지는 건 자유잖니
그런데,
일기장의 텅 빈 여백에도
읽히지 않는 글자가
단지 새겨져 있을 뿐이란 걸
나는 혼자를 원해
세상 끝까지 오롯하게
피를 고르던 혼자를
잘 있니,
어눌한 손가락 끝으로
느릿하게 써 보던 편지
검은 오후
눈물로 얼룩진,
가장 혼자서
견뎌내던 짙은 삶의 피로가
눌어 내리던 시간
"이 시는 단순한 슬픔의 기록이 아니라, 애도의 시간 속에서 홀로 몸부림치던 청춘의 호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머리맡에 흥건히 괴어 있던 절망’이라는 이미지는 단순한 우울의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방 안을 가득 채우던 공기와 체온, 고독의 무게를 생생히 환기한다. 읽는 이는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인 고통이었는지를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반복되는 “나는 혼자를 원해”라는 선언은 역설적이다.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혼자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고통을 수용하고자 하는 몸짓이자, 버려진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붙잡는 주체의 존엄처럼 읽힌다.
이 시는 결국 ‘오전 1시’라는 특정 시간의 정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상실 이후 모든 밤마다 찾아오는 고독의 보편적 풍경을 담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개인의 애도는 타인의 애도와도 연결되고, 독자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