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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19. 2019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한 변명

직장생활 클리닉. feat 직장 내 괴롭힘 금

오늘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던 중 8월 초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염두에 둔 책이 발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후배는 지금 대기업에 있는 리더들은 다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때문에 다들 답답해하고 분개해한다는 얘기를 전하더군요. 그들의 불만은 '앞으로 어떻게 일을 시키느냐?', '리더들의 말이 과연 먹혀들겠느냐?', 심지어는 '이래서 어디 회사에서 실적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 등과 같은 불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무언가 많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HR과 경영자들의 관심과 화두는 "Great Workplace",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직장입니다. 이는 직원이나 리더 구분 없이 모두가 존중받고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며, 그 안에서 만족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런 조직이 아마 가장 강하고 생산적인 조직일 것이라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역으로 해석해 보면, 직원이나 리더가 존중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면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몰입이 떨어질 것이며, 이로 인하여 조직의 목표나 비전을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직원들이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는 대신 불만족에 가득 차고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 답답하고 '불행감'을 느낀다면 그 조직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직장 내에서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률 제정에 대해서 이리도 말이 많고 반감이 생길까요?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이나 회사의 모습에 가까이 가자는 것에 왜 논란이 생길까요? 정말 이상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의 내용은 제가 8월 초에 발간 예정인 "감정존중. Respect and Protect Your Mind & Value"라는 책의 저자 서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하여 다 같이 한번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이라 생각되어 부분적으로 선공개합니다. 부디 이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선 해야 될 습관들을 버리고,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교류와 소통 문화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때문이다. 


이 법의 내용들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고, 반드시 필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차원에서의 논쟁과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아직 정신적 및 심리적 영역에 대해서는 좀 더 성장과 성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리학 개념 중에 “Psychological Mindedness”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직역하면 ‘심리적 마음’이겠으나 실제적인 의미는 좀 더 포괄적인 것이다. ‘(비록 눈으로 직접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심리적인 이슈나 문제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다루는 능력’ 정도의 의미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즉, 심리적 및 정신적 이슈들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제반 이슈들을 다루는 능력을 말한다. 이 안에는 나의 마음 상태를 인지하는 능력과 더불어 이를 다루고 관리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나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공감하는 능력은 물론 타인의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 및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는 것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만약 직장 내에서 물리적 및 신체적 폭력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혹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부하직원에게 주먹을 쓰거나 도구(책이나 컵 등)를 던져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그런 행동은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업무 상 문제로 폭언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심리적 괴롭힘을 가하는 등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심리적 및 정서적인 폭력도 당연히 “폭력”이다. 왜냐하면 신체적 공격으로 인하여 상대방의 신체에 큰 손상이 생기고 피가 나게 하듯이, 감정에 대한 공격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적 폭력과 심리적 손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되거나 소홀하게 대해져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안된다. 신체적 폭력이 심각하게 부정적인 행동으로 다루어지는 것처럼 심리적인 폭력도 당연히 금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직장 내에서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 내에서 성적인 수치심을 가하거나 상대가 원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 성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규칙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이런 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절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방법을 통해 ‘적정수준’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심리적 고통을 가하는 행동들도 금지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신체적인 체벌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우수개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회사에서도 소위 "쪼인트(상대방의 정강이를 발로 차면서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써, 전형적으로 혼낼 때 하는 괴롭힘의 일종)"라고 하는 행동들이 묵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이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나? 


그런데 지금 보기에는 너무도 문제인 이런 행동들이 "문제행동"이라고 생각되는데, 몇십 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에 선가는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행동이 드러나면 문제행동이라고 지탄과 비난을 받는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타인에게 심각한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의 상식이 좀 더 건강하고 성숙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때이다. 한 수준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해야 할 때이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타인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과 더불어 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업무하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서로가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단순한 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지키면서도 모두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유이다.




조직을 대상으로 한 상담센터 운영이나 리더십 코칭을 주로 하는 나의 업무 특성상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직접 다루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이야기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깊은 내면을 보게 된다. 그와 같은 나의 관점에서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아~ 씨X, 정말 니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니?'

'나는 정말 밥값도 못하면서 월급 받는 것들을 보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이런 얘기 듣고도 안 나가는 거는 뻔뻔한 인간인 거지?'

'정말 미친 X이네.. 너 또라이 맞지?'

'어.. 어제랑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온 걸 보니, 집에 안 들어가고 어떤 놈하고 잤나 보네? 그러니 낮에 일을 하겠나.. ㅋㅋ'

'니가 이 자식아, 양심이 있으면 나한테 어떻게 그렇게 행동을 해?! 와~ 정말 열받네! 내가 너 같은 새끼 뒷바라지를 얼마나 더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정 괴로우면 니가 나가~ 더럽고 치사하면 나가면 되잖아?! 여기에서 너랑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너는 장님이야? 귀머거리야? 너는 안 보이지? 안 들리지? 하긴 그러니 니가 지금 그 지X하고 있는거겠지, 꺼져 꼴도 보기 싫어'


피해자 상담 중 나왔던 리더가 부하직원에게, 동료가 다른 동료직원에게,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부하가 상사에게 실제로 했던 표현들이다.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듣는 상담가도 화가 나고 분노할 정도로 심한 말을 사용하는 리더나 직원들이 있다. 저 표현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저런 막말을 하는 사람들을 그냥 두어도 되는가? 아니면 한 개인의 존엄과 자존감을 짓밟고 심한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괴롭히는 사람들을 이대로 놔두어도 되겠는가? 그리고 그 고통받은 개인들의 아픔과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만큼 우리는 정신적 폭력이나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는 덜 민감하고 간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좀 더 분명하고 확실한 가이드와 원칙이 필요하다. 단, 이 법은 모든 리더와 직원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리더와 직원들은 충분히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일부 실수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화합한다. 이들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이는 단지 앞서 들었던 예와 같은 극단적이고 분명히 문제가 있는 위해적 행동만을 금지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그래도 그게 그렇게 법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한 리더가 '나는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나의 직원들도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도 충분히 좋은 리더일 것이다. 또한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 그의 부하직원들은 혹시라도 리더가 가끔 실수하거나 감정 조절을 못해서 분노를 표현한다고 해도 이를 이해하고 수용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리더와의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일반적으로 바르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가는 일반인들은 이런 법이 있는지, 혹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가도 된다. 이 법은 극히 일부의 폭력적 행동을 통하여 타인의 상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폭력은 나쁜 것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각성을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성희롱" 문제를 규정하고 있는 "양성평등기본법"은 성별로 인하여 차별을 두지 않고 충분히 상호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법률이다. 이 법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을 벌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법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차별받지 않는 양성평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단지 여자들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위를 이용하여 정신적 괴롭힘을 자행하는 일부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리고 이 법은 단지 리더들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그들만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절대 아니다. 동료들 간의 '집단 따돌림'이나 '개인적 문제에 대한 험담을 퍼트리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갑을관계나 업무 상 관련성이 있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만약 부하직원들이 리더에 대해서 '정서적 고통을 주는 괴롭힘'을 제공하였다면 이것도 처벌 대상인 것이다. 


즉 이 법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것을 위해 구성된 법률이며,  이미 서로 간에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하는 직장이라면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법이다. 단, 상대방이 "괴롭힘"을 받았다고 명백하게 이야기하고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반성 혹은 사과 없이 "너는 뭘 그런 걸 가지고 괴롭힘이라고 해! 너는 정말 정신 못차리는구나!!"라고 타인을 더 괴롭히면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사람들은 분명 문제이다. 이들은 처벌 받음이 당연하다. 


모든 법률이 그러하듯이 이 법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이 정리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성희롱과 관련된 법이 처음 시행될 때에는 말이 많고 논란도 많았으나 남자나 여자 모두 성별로 인한 차별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건강한 문화가 정착되는데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에도 불필요한 통제나 금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문화를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는 법이기를 바란다. 



P.S. 함께 읽기를 권하는 글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19


"리더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세가지 행동"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94


"모두의 감정은 소중하다"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18


"폭력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16


"리더와 부하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세가지. 리더편"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98 


"국회의원들에게서 배우는 의사소통 및 관계스킬"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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