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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y 27. 2020

구성원의 심리적 위기를 관리하라

조직 내 구성원의 위기관리 이슈에 대한 심리적 대응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글을 시작하기 전에


본 글은 저의 다른 글처럼 일반적인 마음의 얘기는 아닙니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이 자주 발생하며, 업무 상 사고나 문제를 겪는 경우들이 많아지는 점을 고려하여

기업과 경영자, 그리고 HR과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

전문가의 관점에서 기술해 본 내용입니다.

 

먼저 여러 가지 이유로 심리적인 위기를 겪으시는 모든 분들께 진지한 위로 혹은 애도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분적으로 읽기에 불편하신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모두가 행복한 직장과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임을 고려하여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다사다난(多事多難)'


연말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다사다난'이다. '여러 가지로 일이나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이다.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하며, 그중에는 기쁜 일도 있겠으나 슬프고 힘든 일도 많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事)'과 '어려움(難)'들은 다시금 조직이나 집단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어려움(難)'에 해당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면 당연히 그 조직의 구성원들 또한 심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려움'으로 발생한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그 영향은 당장 나타날 수도 있거나 혹은 잠재되어 있다가 나중에 발현될 수도 있다.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것은 단지 바람일 뿐이며, 직책자 입장에서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부정적 영향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조직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들은 매우 진지하게 접근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 정도나 수준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비용 등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2. 심리적 위기란?


'심리적 위기'라 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위협을 경험하게 되는 사건'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심각한 스트레스'의 대표적인 예는 현재 만연하고 있는 코로나 19 등이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 전체에서의 혼란이 발생하였으며, 매일 방송이나 신문에 들려오는 확진자 숫자와 사망사 수는 엄청난 긴장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 본인이나 혹은 가까운 가족이나 동료가 확진되었다면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위협'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 생활이나 조직 생활 내에서도 이와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위협'을 경험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함께 업무를 수행하던 동료나 상사 혹은 부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나 사고로 인하여 심각한 상해나 사망에 이르는 사건을 직접 목격하거나 사고 처리를 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나 성폭력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사고 당사자나 밀접한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이와 같은 치유나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울증이나 PTSD와 같은 불안 관련 장애 등을 겪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 또한 조직 내에 막연하고 기본적인 안정감이 손상되고 모호한 불안정성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업무 상 사고사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상사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심리적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면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들로 인한 구성원들(특히 여성 인력 등)의 스트레스나 실망감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만약 이를 보는 눈이 없거나 조직 차원의 관심과 케어가 없다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거나 관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왜 그런 일이 발생하였는지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구성원들의 심리적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심리적 위기라는 것은 심리적인 위기를 유발할만한 사건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해당 사건으로 인하여 구성원들의 심리적 손상이 발생하며, 그 손상이 심각한 수준인 경우를 심리적 위기라 칭한다. 이와 같은 심리적 위기를 경험하는 구성원들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하고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좀 더 단계적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사건의 발생 : 경영진이나 HR의 정확한 인지와 신속하면서도 적극적 관심 및 대응이 필요

2) 즉각적 위기 개입 : 사건 발생 이후 사태 파악 및 구성원의 심리적 상태 평가와 더불어 위기 개입 상담을 포함하는 일차적 개입이 필요

3) 심리적 상태 평가/진단 : 사건 발생으로 인한 실제 심리적 손상 수준 및 문제 파악을 위한 심리적 상태에 대한 평가가 필요.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손상의 정도(고위험군 선별 등) 및 특징(우울, 분노, PTSD 등)과 효과적인 개입을 위한 성향 파악(성격 특징 등)이 가능. 예를 들어, (글쓴이 회사 기준으로는) MMPI(심리적 손상 수준 및 특징이나 내용 평가와 더불어 효과적인 치료적 개입을 위한 성격 파악 등)와 EAPI(Employee Assistance Program Inventory,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평가, 사전-사후 비교 평가 등에 적용. 특히 MMPI 등을 하기 힘든 상황이나 집중력 상의 손상이 뚜렷한 경우, 전체 조직이나 부서 단위의 평가, 외국인 근로자 평가 등에 주로 사용)

4) 체계적 위기관리 : 위기관리 대상자의 심리적 특성과 상태를 고려하여 체계적인 심리적 위기 개입을 실시(보통 5회에서 10회 정도의 집중적 심리치료 혹은 특화된 목적의 집단 상담 등)

5) 사후 평가 : 심리적 위기 개입을 통한 심리적 상태나 증상의 개선 효과 확인



4. 꼭 필요한 것인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전문가에게 하는 것보다는 내부 HR 임원이나 CEO 등 경영진에게 질문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접근을 취할지 말지, 그리고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지에 대한 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도 HR이나 CEO가 심리적 위기나 마음을 보는 관점이 없으면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며 이와 같은 심리적 위기에 대한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심리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구성원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다리를 다치거나 크게 신체적인 손상을 입은 직원을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가와 동일한 수준의 명제이다. 그런데 심리적 위기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되거나 관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큰 신체적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더 큰 신체 상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혹은 흉터나 후유증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도 동일하다.


예를 들자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상하좌우 구성원에 대한 십자형 접근이 필요하다. 즉 '극단적 선택을 하였던 사람의 직속 상사와 부하(상하), 그리고 동료들(좌우)의 심리적 손상이 가장 심각하다. 만약 이와 같은 심리적 개입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상사는 극심한 죄책감에 빠지게 되며 심한 경우 퇴사를 하거나 리더를 사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동료들은 자신도 동일한 일을 겪을 수 있는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며, 일에 대한 열정이나 몰입이 현저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동료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직업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조종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성희롱 문제 등의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위기상담의 대상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 필요한 전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집중적인 심리적 위기관리와 지원이 선행된다. 그리고 가해자가 상담에 온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는 않는다. 보통 가해자는 다른 곳(감사팀이나 HR의 조사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어적인 태도로 변명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리뷰 및 역지사지 관점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미숙하고 어설픈 사과가 아니라 정확하고 진지한 사과를 한다면 처벌 여부나 수위에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피해자의 심리적 손상을 감소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들은 사건의 경과를 주시하고 있는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통 피해자들이 상담에 와서 하는 흔한 억울함 중 하나는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나만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 제가 문제라는 건가요?'이다. 이와 같은 상호적 조치(가해자도 상담이나 조치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 등) 긍정적 영향까지는 모르겠으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보다는 심리적 어려움이나 위기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자주 보게 된다. 그분들을 평가하고 치료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왜 이제야 왔을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 텐데..ㅠㅠ' 등이다. 즉 심리적 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개입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한다고 해서 업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빨리 치료적 개입을 한다고 해서 100% 해결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덜 아프고 덜 힘들 수는 있으며, 마음의 심리적 상처를 잘 아물게 하여 흉터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신체적인 손상이 생겼을 때 가능하면 빠른 개입을 통한 신속한 치료를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듯이 마음의 문제와 심리적 위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해 CEO 등 경영자나 사람을 돕고 지원하는 HR들은 마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이 가시적이고 계량적으로 특정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이를 볼 수 있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개별 구성원들의 행복과 만족, 그리고 조직의 심리적 안정성 등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갈수록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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