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76 댓글 14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수국 한송이

by 남효정 Jul 07. 2024
푸른 수국 한송이 2024.7.7푸른 수국 한송이 2024.7.7


네가 아장아장 걷다가

세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

엄마랑 호숫가에

놀러 갔었잖아


자그마한 발로 호숫가에 서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다가

툭, 네가 던진 말


내가 흐르는 것인가

물이 흐르는 것인가


오리를 쫓아 뒤뚱뒤뚱

온통 호숫가를 누비고 다니다가

새장에 갇힌 두루미를

본거야 네가


왜 너는 날지 않니?

왜 너는 가만히 서 있니?

철망에 얼굴을 대고 물어보았지


내가 문 열어줄게

어서 날아가 두루미야

너는 아주 큰 날개가 있잖아

힘내라고 외치던 너


오늘은 네가

우주의 어느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구의 별로 날아온 날


내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내가 듣지 못하는 걸 들으며

너는 오늘도 예리하고

따뜻한 음악을 짓는구나


해가 지고 날 저물기 시작하면

우리 집 전등을 모두 끄고

간단한 음식을 배낭에 넣어

동네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오르자


어두워 지고

너의 별이 가만히 떠오를 때

다정한 너의 별을 올려다 보며

정다운 목소리로 노랠 들려줘


노래가 강물처럼 흘러

작은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고

은하수를 건너 우주로 갈 때


우리 맛있고 가난한 음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파티를 하자

수많은 별들 중 우리별에 온 걸

두 팔  활짝 벌려 환영해


수국 한송이

너에게 건네주는

감사한 아침에

엄마가



진분홍으로 곱게 피어난 수국진분홍으로 곱게 피어난 수국




이전 21화 이제 여름이야, 능소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