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이하는
그 집 앞에
능소화가 등불처럼
환하게 피었습니다
산책을 나가는 아이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늦잠 자서 뛰어오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여기 능소화는
어쩜 이리 화사할까
아이들 웃음소리 듣고 피어서
저리도 따뜻한 주홍빛 됐나
다른 곳 능소화는 뚝뚝 지는데
이 집 앞 능소화는
단단하게 줄기를 붙들고서
생글생글 싱그러워
얼굴을 교실 창문에 들이대고서
아까 지각한 그 아이 뭐 하고 노나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능소화는 교실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까 그 아이는 교실에서
창문에 얼굴을 대고
제코가 돼지코가 된 줄도 모르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창밖을 내다봅니다.
안녕 아이야
이제 여름이야
너도 피고 나도 피는
여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