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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l 07. 2024

수국 한송이

푸른 수국 한송이 2024.7.7


네가 아장아장 걷다가

세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

엄마랑 호숫가에

놀러 갔었잖아


자그마한 발로 호숫가에 서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다가

툭, 네가 던진 말


내가 흐르는 것인가

물이 흐르는 것인가


오리를 쫓아 뒤뚱뒤뚱

온통 호숫가를 누비고 다니다가

새장에 갇힌 두루미를

본거야 네가


왜 너는 날지 않니?

왜 너는 가만히 서 있니?

철망에 얼굴을 대고 물어보았지


내가 문 열어줄게

어서 날아가 두루미야

너는 아주 큰 날개가 있잖아

힘내라고 외치던 너


오늘은 네가

우주의 어느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구의 별로 날아온 날


내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내가 듣지 못하는 걸 들으며

너는 오늘도 예리하고

따뜻한 음악을 짓는구나


해가 지고 날 저물기 시작하면

우리 집 전등을 모두 끄고

간단한 음식을 배낭에 넣어

동네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오르자


어두워 지고

너의 별이 가만히 떠오를 때

다정한 너의 별을 올려다 보며

정다운 목소리로 노랠 들려줘


노래가 강물처럼 흘러

작은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고

은하수를 건너 우주로 갈 때


우리 맛있고 가난한 음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파티를 하자

수많은 별들 중 우리별에 온 걸

두 팔  활짝 벌려 환영해


수국 한송이

너에게 건네주는

감사한 아침에

엄마가



진분홍으로 곱게 피어난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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