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만들고 전달하고 실행하는 느낌
20살 이후의 대부분을 기획자로 살아왔습니다. 학교에서 기술경영 전공에 10년을 회사에서 연구개발기획 직무에 10년을 보냈습니다. 중복되는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15년 이상 경영기획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이론에 치중하여 공부하다가 회사에 갔을 때 가장 당황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음에서 오는 혼란이었습니다. 가령 회사의 사업전략에 맞춰 기술전략을 세운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맞춰'라는 단어에 숨어있는 '사업전략->기술전략'이라는 화살표 하나에 숨어있는 세상은 절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당연한 것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것인데 안 돼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매번 느꼈습니다.
특히 기획자의 삶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기획자는 세상의 빈틈을 찾고 그것을 메꾸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계속 움직이고 구조도 사람들로 이루어진 유기체이기 때문에 항상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인 정답이 현실에서 작동을 안 하거나 심지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기획의 방법은 옳았을지라도 당장 내가 설득해야 되는 상사의 관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획은 불확실합니다. 기획자를 둘러싼 환경은 불확실성이 넘칩니다. 내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과 상황은 항상 바뀌기에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획분야는 경력이 오래된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퇴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쌓이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유일하게 쌓이는 것은 기획일을 해나갈 때 느끼는 감각이었습니다. 많은 실패와 일부의 성공이었지만 성공한 기획에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 유사했습니다. 일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유사했습니다. 그것을 기획자가 일하는 감각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본 책은 기획의 과정을 감각을 느끼는 대상과 일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서술합니다.
1장) 나 : 가치의 생성
2장) 너 : 가치의 전달
3장) 우리 : 가치의 실행
1장은 기획자가 세상의 빈틈을 발견하고 그것을 메꾸는 구조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담습니다. 어떤 생각과 지향점을 가지고 가치를 만드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혼란을 겪고 됐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장은 기획자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가치 있게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을 담습니다. 나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른 이가 나의일은 가치 있게 생각하는 상황과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3장은 나와 다른 사람이 가치를 공감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지속할 것인가를 담습니다. 단기적으로 휘발되는 기획이 아니라 긴 시간 활용되고 축적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하는 기술(skill)에 비해 감각(sense)은 모호합니다. 생각과 느낌의 영역이기에 설명하기도 어렵고 듣는 이도 추상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AI로 인해 일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쉬워진 시대,
일하는 감각이 필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감각을 다른 이가 느낀다는 것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