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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은 Nov 10. 2024

16화 (1)뿌리의 빛

얼핏 스친 작은 창으로 저녁 어스름이 내렸다. 앞장선 스님과 뒤따르는 똘라가 창 끄트머리에 걸쳐졌다, 사라졌다.


그들이 빈소로 들어섰다. 두 사람 다 볼이 푹 팬 게 어지간히 피곤해 보였다. 스님이 어제 그 자리에 주황빛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들의 궤도는 어제와 같았다.


스님의 염불은 어제보다 한참 연장되었는데 이상하게도 훨씬 짧게 느껴졌다. 오늘은 한국어가 아닌 크메르어였는데도 그랬다. 외계의 교란 신호 같던 낯선 언어에서 점차 한오백년과 맞먹는 애달픈 가락이 배어났다. 나는 그 울림에 동화되었고, 빠져들었다. 어떤 현란한 기교보다도 음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으려는 스님의 의지가 돋보였다. 염불은 음 이탈 한번 없이 절정에 다다랐고, 그 순간 목과 이마를 비롯한 스님의 몸 곳곳에선 줄이 불거졌다. 그건, 가느다랬지만 양쪽에서 힘껏 잡아당기는 처럼 팽팽했다. 음악인이자 득음인인 나는 바로 알아챘다. 노래의 관성. 절정에 이른 스님은 염불이 마음대로 멈춰지지 않는 눈치였다. 마치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한참을  나아가는 달리기 선수처럼. 빈소 한구석에서 자아의 똥 기저귀를 확인하던 나는 스님을 향해 막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구라도 뜯어말리지 않으면 피 토하며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때 스님 옆에서 정성스레 절을 올리던 똘라가 후닥닥 스님을 일으켜 세우며 울먹였다. 그러다 진짜 먼 길 가시겠다고! 가실 땐 가시더라도 지금 여기서 가시면 안 된다고! 스님의 염불은 그렇게 겨우 일단락되었다. 하나, 투, 셋, 포, 파이브…… 때문에 똘라가 또랑또랑 숫자를 세며 올리던 108배 역시 그즈음에서 마무리되었다. 절 한 번에 영정 사진 한 번, 어디까지 셌는지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세길 여러 번, 똘라의 108배엔 끝내 끝이 없었다.


"바랑을 놓고 갔지 뭡니까."


스님이 쇳소리를 내며 상 앞에 앉았다.


"그대로 두었습니다."


조금 전 자아가 게 눈 감추듯 비운 젖병을 씻으며 사수가 말했다. 사수 말대로 바랑은 가운데가 약간 팬 땅콩 모양으로 어제 그 창가 자리에 놓여 있었다. 바랑을 베개 삼아 잠들던, 지난밤 스님의 흔적이었다.


"이걸 어째…… 그새 얼굴이 많이 상하셨어요……"


대장 조리사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채소탕을 스님 앞에 내려놓으며 말끝을 흐렸다. 오늘 건 별 하나 뜨지 않은 밤하늘색이었다. 숲을 이루던 초록 건더기가 보이지 않았다. 딱 봐도 곤죽이 된 채소탕을 마주한 스님은 하늘에 계신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꺾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스님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오늘도 비명횡사한 노동자의 추모식이 있었어요. 오지 중의 오지였고, 혼자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고되셨을 거예요. 더욱 먼 길이었을 테니까."


똘라가 검버섯 촘촘한 스님의 손등에 손을 겹치며 말했다. 피할 기력도 없는지, 어느새 고개를 떨궈버린 스님은 채소탕이 내뿜는 뜨거운 김을 고스란히 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스님, 면도도 못하셨네요……"


똘라가 스님의 손등을 쓸며 말했다.


'……?'


나는 갑자기 두근거렸다. 피어오르는 채소탕 김 사이로 과연 희끗희끗한 스님의 수염이 어렴풋했다.


"서두르다 그리 되었습니다. 면도기는 언제나 바랑 안에 두니 말입니다. 추모식 전에 면도하려고 보니 바랑이 없지 뭡니까. 지난밤 면도기 충전까지 해두었는데 말입니다. 먼 길을 걸어 학교에 도착하니 등에 책가방은 없고 손에 도시락 가방만 있던 어린 날처럼 어찌나 치욕스럽던지요. 결국  꼴로 추모식을 치렀습니다. 그땐 선생한테 혼이 났만, 오늘은 부처님께 두들겨 맞는 심정이었습니다. 수염 희끗한 중이 바랑을 잊다니…… 늙으면 죽어야지요……"


'……?!'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자아의 똥 기저귀로 시선을 돌렸다. 가슴을 때리는 두근거림이 한층 경쾌해졌다. 전혀 다른 종류의 림. 이건,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었다. 수염과 면도와 면도기와……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길 바랐던 그 언어 앞에서 나는 지금 한껏 설레고 있었다. 그것 아닌 스님의 다른 말들은 벌써 머릿속 면도기가 밀어버렸다. 입술을 안으로 앙다물며 나는 웃음을 참았다. 음정 박자 없는 콧노래가 나와서 헛기침으로 덮었다. 그러다 기저귀에 소복한 황금빛 덩어리에 손가락 몇 개를 스치고 말았다. 나는 앙다문 입술에 더욱 힘을 주며, 저쪽에 놓인 물티슈 곽을 당겼다. 묻지 않은 손가락으로 촤락촤락 물티슈를 뽑았다. 이쯤이야 일상다반사였다.


'면도…… 면도기라……'


진정 떠나보낼 때가 온 것일까. 희미해진 것일 뿐 잊은 적은 없었다.


타다 만 오래된 심지를 되세우듯, 나는 황금빛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아냈다. 그러면서 스님의 바랑을 수시로 힐끔거렸다. 저 안에 면도기가 있다. 그것도 충전된 면도기. 그건 수동이 아닌 자동이란 뜻이었다. 일회용 면도기로는 느껴보지 못할 속도와 손맛일 터였다. 또다시 기회는 왔다. 마스크 안이 사정없이 꺼글거렸다.




*




조금 전 사수가 씻은 젖병은 사수 본인이 자아에게 물린 거였다. 사수는 한 방에 물렸고 자아는 한 방에 비웠다. 그 뒤로 사수는 입이 귀에 걸렸다. 여기가 어딘지 깜빡한 듯 심하게 웃기도 해서 나는 사수에게 몇 번이나 환기의 눈짓을 보냈다. 사수가 그걸 한 방에 알아차린 적은 없었다.


모유를 나눔 받은 뒤로 자아는 부쩍 너그러워졌다. 사수에게만 너그러워진 게 아니었다. 대장 조리사의 품에 안겨선 잇몸 미소를 연속해 뿌리기도 했다. 나는 좀 기가 죽었다. 그렇다고 나를 특별히 거부하는 건 아니었지만, 내 품에 안긴 자아는 멀뚱멀뚱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게 다였다. 이젠 어떤 단추와 단추 사이에도 미련은 없다는 듯. 마지막으로 자아를 안고 흔들며 걸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제 똥 기저귀를 가는 중간에 자아는 저 알아서 잠이 들었다. 이것 역시 수실라의 은혜일까. 자아는 이제 준비가 된 듯했다. 제 이웃을 골고루 사랑할 준비.


잠든 자아를 안고 상주 대기실로 들어왔다. 자아의 요가 비뚤어져 있어서 한 손으로 귀퉁이를 잡고 바르게 놓았다. 저쪽으로 날아간 좁쌀 베개를 조심스레 당겨 요 위에 놓았다. 그곳에 자아를 눕혔다. 어제 어느 틈엔가 조물조물 손빨래해서 간이 의자에 널어둔 배내옷을 만져보니 바싹 말라 있었다. 자아의 배내옷을 벗기고, 마른 배내옷으로 갈아입혔다. 고래고래 짜증을 부려야 했지만 자아는 여전히  새하얀 백지처럼 말갰다. 처음 그 순간처럼. 자아의 이마에 나도 모르게 입을 맞추었다. 마스크를 쓰고 해서 얼른 내리고 다시 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벗긴 배내옷을 후딱 손빨래해서  자리에 널었다. 손에 남은 물기를 상주복 허리춤에 문지르며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호텔을 가본 적은 없지만 이만하면 호텔 수준일 듯했다. 들어설 때마다 발 디딜 틈 없는 내 자립방이 떠올라 틈틈이 정리해온 보람이 있었다. 들쭉날쭉 귀가 흐트러진 기저귀와 가재 손수건을 반듯이 쌓아 도로 자아의 머리맡에 두었다. 젖병을 놓아두던 자리에 동그랗게 말라붙은 물기 자국을 닦았다. 한쪽으로 기운 사수의 가방과 내 가방을 바로 세워두었다. 내 가방 안에 가득한 새 마스크. 생각난 김에 마스크를 교체했다. 


창을 흔드는 바깥바람이 어제보다 셌다. 외풍 또한 어제보다 찼다. 물벼락 맞았을  빨아서 옷장 손잡이걸어둔 교복 셔츠를 만져보았다. 볕을 먹이지 못해 빳빳하진 않았지만 골고루 말라 있었다. 옆에 걸린 동복 치마는 아직 축축했다. 자아의 이불 위로 나는 내 교복 셔츠를 덧덮었다. 특대형 패딩 점퍼 덮이기자아는 숨막히게 작았다. 욕실 창문과 욕실 문, 대기실 창문을 더욱 꽉꽉 눌러 닫았다. 보일러 온도를 1도 높였다. 대기실 벽시계가 저녁 8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빈소로 나와 나는 상주 자리에 앉았다. 벽에 기대, 밀려들 조문객들기다렸다. ! 대기실 불을 끄지 않고 나온 게 생각났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살그머니 대기실 문을 열었다. 불은 꺼져 있었다. 까만 그곳을 나는 조금 더 바라보았다. 불을 켜고, 다시 한번 이곳저곳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멀찍이서 들려오는 자아의 숨소리가 더없이 가뿐했다. 자아의 숨소리와 함께 까만 그곳이 통째로 부풀었다 통째로 졸아들길 계속했다. 나는 문을 닫았다. 더욱 꽉꽉 닫았다. 그거면 된 거였다.




*




나는 오롯이 몰입했다. 처음 면도하던 순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초고도의 집중력으로 나는 스님의 손끝을 응시했다.


캄보디아 불교센터에 오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푼 한 푼 모아 스님에게 선물했다는 물건. 사이트에 수없이 들락날락했을 뿐, 대타 코러스 시급으론 중고조차 구경하기 힘들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군침만 흘려온 물건. 분당 1만 번의 미세진동과 까딱하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절삭력을 자랑한다는 세계적 브랜드의 최고급 면도기. 화면으로만 봐온 그 요물을 들고 스님이 저쪽 거울 앞에 서서 면도를 시작했다. 사수가 저녁때 밀려들 거라고 예상한 조문객은  9시가 도록 한 명도 안 밀려들었다. 나는 스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면도하는 거울 속 스님 뒤로, 달리는 차창 밖 풍경처럼 내가 휙휙 스쳤다. 점점 커지는 어깻짓과 함께 스님의 턱이 갈수록 치켜 올라갔다. 스님은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 턱을 밀던 면도기를 그대로 정수리까지 올려버리기도 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는 걸 보니, 실수가 아닌 습관인 듯했다. 어쨌든 그건 민머리인 스님의 특권이었다. 


마침내 스님이 면도를 마쳤다. 면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거울 속 나를 스님이 가까이로 불렀다. 광고 속에서 철사도 갈아버리던 그 면도기. 최고급 사양 면도기엔 수염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기능도 있는 걸까. 가까이에서 본 스님의 얼굴엔 털의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밀어도 밀어도 사라지지 않던 그것, 면도의 얼룩. 푸르스름하게 남기 마련인 그 뿌리의 그림자스님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허허허! 삭발 기능!"


스님이 불쑥 면도기에 내장된 어떤 단추를 눌렀다. 순간 손잡이 옆쪽에서 예리한 칼날이 튀어나왔는데, 스님은 허겁지겁 그걸 손으로 밀어서 넣어버렸다. 아무래도 스님은 면도기 작동법에 익숙하지 않아 엉뚱한 단추를 누른 듯했다. 스님이 이번엔 그 옆의 단추를 꾸우욱 눌렀다. 손마디에 새카만 옹이가 맺힌 스님의 검지가 부르르 떨렸다. 지잉- 손잡이 아래에서 다른 칼날이 튀어나왔다. 작고 동그란 칼날 여러 개가 꽃잎처럼 펼쳐지며 하나의 큰 칼날을 이루는 형태였다. 고려청자에 버금가는 유려한 곡선이었다. 스님이 그걸 내 코앞에 바짝 댔다.


"옳거니! 이것 보세요, 자비 양. 이게 아주 물건이에요. 그 옛날 삭도로 밀 땐 허구한 날 피를 봤어요. 뒤가 안 보이니까. 이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아침마다 이것으로 둥글둥글 문지르면 두피를 매끄럽게 관리할 수 있어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매일 단골 미용실에 다녀오는 기분입니다. 허허허."


스님이 벙글벙글 웃으며 면도기로 머리를 문질렀다. 수염도 머리칼도 없는 그곳에서 꽃잎 칼날이 공회전했다. 순식간에 머리 면도를 마친 스님은 면도기를 바랑 깊숙이 밀어 넣었다. 팔이 겨드랑이 밑까지  들어가도록 깊숙이. 바랑 입구를 여러 번 단속하는 스님의 정수리에서 과연 전보다 예사롭지 않은 광채가 났다. 꽃잎 칼날이 스님의 민머리를 오가며 다듬은 건  뿌리의 빛이었다.


"먼저 누워보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초저녁잠이 많은 듯한 스님이 합장하며 쉰 목소리를 다. 대장 조리사가 보온병에 자리끼를 내왔다. 똘라가 구석에 개켜진 이부자리를 들었다.


"스님, 오늘은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어떠실는지요."


사수가 상주 대기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면 족합니다."


빈소 식구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스님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편치 않습니다."


사수가 말했다.


"제가 뒤척이다 아기라도 깨우면, 곧 모두를 깨우는 일 아니겠습니다. 간단히 발인 염불을 외고, 새벽 일찍 나서기도 해야 합니다. 모두 편히 누우십시오."


끙, 사수가 스님을 향해 성호를 그었다. 스님이 합장한 뒤 어제 그 구석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똘라가 상을 바깥쪽으로 끌어당겨 스님 자리를 넓혔다. 스님이 바랑을 손날로 쓸자 울퉁불퉁하던 게 조금 평탄해졌다. 나는 서둘러 상주 자리로 뛰었다.


스님은 어제 바랑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든 분이었다. 자아가 모유를 찾으며 오열하고, 수실라 앤드 푸스빠람이 빈소에 머무른 그 긴 시간 동안 대자 자세를 유지한 분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스님이 최고급 면도기가 든 저 바랑을 베고 눕는 순간  기회는 사라져버리는 거였다. 상주로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면도의 기회. 남은 장례 절차에 마음 편히 임할 기회. 아직은 안 밀려들었지만, 언젠가는 밀려들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맞절할 기회. 수염 뿌리의 그림자까지 밀어버릴 수 있는 초강력 면도의 기회. 면도기를 훔치려는 건 아니었고, 어떻게든 딱 한 번만 빌려볼 계산이었다. 다만 아무도 모르게. 면도기 주인도 모르게. 나는 조금 전 대기실을 정리하며 상주 자리에 미리 가져다둔 솜 베개를 스님 앞에 내밀었다.


"자비 …… 나무…… 나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이 감격한 듯 솜 베개를 받아 들었다. 법적으론 무주택자라는 스님. 내가 눕는 그곳이 집이니 세상이 내 집이라는 스님. 툭하면 낯선 어딘가에서 바랑을 베개 삼아 잠들곤 한다는 방랑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을 때도 나는 스님의 바랑에 자꾸 눈이 갔다. 한눈에도 딱딱해 보이던 스님의 바랑에. 베개로 썼다간 바로 목 디스크 올 것 같던 스님의 바랑에. 오늘 아침 헐레벌떡 대기실 문을 열었을 때, 텅 빈 빈소 창가에서 덩그러니 나를 반기던 스님의 바랑에. 입관을 놓치고 홀로 빈소에 남은 상주와 함께 단체 조문객을  스님의 바랑에. 내 가방처럼,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할 것 같던 스님의 바랑에. 높고 깊고 오래된, 스님의 바랑에.


새하얀 솜 베개 위로 티끌 한 점 없는 스님의 머리가 미끄러졌다. 스님이 엎치락뒤치락 뒤척였다. 나는 최고급 면도기가 든 스님의 바랑을 주시했다. 스님은 옆으로 돌아누워 곧 잠이 들었다. 사수가 피에타상을 끌어안 듯, 바랑을 꼬옥 끌어안으며…… 이건 내 살에 붙이고 자야 한다는 듯…… 그래야 누가 훔쳐가지 못한다는 듯…… 만약 도둑이 본다면, 귀중한 건 몽땅 저 안에 들었겠구나 하고 바로 저것만 빼앗아 달아나버릴 듯…… 하아…… 일단 바랑을 잠깐 훔쳐야 어떻게든 면도기를 빌릴 텐데…… 나는 계산이 복잡해졌다. 어젯밤 스님의 대자 자세는 습관이 아닌 실수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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