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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Feb 18. 2024

서울 토박이의 서울 독립

30대가 되자 비로소 용기가 났다.



“너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면서 살려고 하는 거잖아”, “한 달이면 생활비 포함 백만 원은 들 텐데 너 여유롭니?” 서른 이후 독립하겠다고 말했을 때 내가 부모에게 들었던 말이다. 날카롭지만 일리가 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으니깐. 서른이 넘었지만 나의 독립을 만류하는 이는 부모님뿐만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독립하고 있는 친구들, 직장 선배들 역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니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부모의 거주지에서 성인이 된 자가 아주 자연스럽게 독립하는 계기는 사실 정해져 있다. 1. 결혼을 하거나 2. 학교를 멀리 다니거나 3. 직장을 멀리 다니거나. 위 세 가지 조건 어떤 것도 부합하거나 계획하지 않는 자가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독립하는 법은 안타깝지만 없다. 30년 넘게 끈끈하게 얽혀있는 관계를 청산하고 좋은 추억들만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어떤 이는 스무 살에 대학을 가면서 당연하게 혼자 살기 시작하지만, 서른이 넘은 서울 토박이의 독립은 자꾸 망설여진다. 이는 비단 나뿐만의 일이 아니다. 넓건, 좁건 서울 한복판에 잠잘 곳을 버젓하게 가진 자가 혼자 살기를 선언하는 것은 사치이며, 부모에 대한 반항처럼 보이기도 하니깐. 그러므로 서울 토박이의 ‘서울 독립’에는 눈물 콧물 빼놓을 수 없는 전투적인 선언과 억척스러운 행동력이 필수불가결한 거다. 어떻게 보면 처음 속한 가족 안에서 더는 생활할 수 없다는 걸 뜨겁게 인정하는 일이며, 전형적인 인생 곡선에서 탈주하겠다는 단언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십 대, 여자, 서울 토박이인 나는 독립을 선언했다. 비교적 저녁에도 안전한 아파트에서 나만의 방으로. 부모의 집에서 정반대 쪽에 있는 서울 끄트머리로. 나의 고향 작은 반도 한국, 그리고 그보다 더 작고 복잡한 서울을 헤매면서, 비로소 나만의 방을 찾게된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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