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만 내지 말아요
내 입장도 생각해 주세요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나도 두렵습니다
정의로운 투사가 아니라 일반인입니다
갑작스럽게 말도 안되는 상황에 놓여 뻐꾸기가 되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살아가는 최상위 일반인이길 바랬는데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일이 닥친 걸까요
왜 굳이 내가 겪어야 할까요
말을 해도 안되고 하지 않아도 안되는
이런 꿈같은 상황이 참으로 속상합니다
화를 낼 수도 없어요
그저 지금 감당해야 하는 숙명일뿐
난 재수가 없는 거예요
벗어날 수 없으니 즐겨야죠
어느쪽이든 물어보고 유일하게 빠져나가야죠
그렇게 인생의 한 가운데 점 하나 추가된다 여기며
유유히 아무렇지않게 걸어가야죠
어차피 지나가잖아요
사람이니까 어리석고 무지해요
뻐꾹 뻐꾹 약속된 소리만으로 증명해요
나의 존재와 나의 의미와 나의 실존을
시간이 흐른 어느날
누군가 찾아낸다면 굳이 들춰낸다면
순간의 호기심을 저주로 바꾸어
새의 주둥이를 가진 인간으로서 살아가길 바래요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한낱 미물의 지저귐으로 스쳐가길 바래요
시간이 지나면 바닥이 드러날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종말을 맞이해요
그 어느것도 영원하지 않아요
뻐꾸기는
파랑새가 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