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 6시가 조금 넘어서 일찍 눈이 떠졌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남편이 씻으려고 일어날 때 나도 따라 일어났다. 사과를 자르고 차를 끓이며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도왔다. 현관문 앞에서 미리 챙겨둔 아침 가방을 건네며 배웅하고 나니, 문득 '나 제법 주부 같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 :)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일과 멀어져 쉬고 싶었다. 허니 덕분에 그런 비슷한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온전히 휴식은 아니다. 출산 후 고된 육아가 시작되면 언젠가 다시 직장 생활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꽤 만족스럽다.
오늘도 ‘빨래 공장’이 가동되며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을 차려 먹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순간, 거실 너머로 아기 빨래가 가득한 건조대가 보인다. 곧 그 주변으로 조그만 허니가 누워 있는 날이 오겠지?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침에 보니 방 안에 놓인 디데이 달력이 넘겨져 있었다. 매일 아침 내가 넘기던 건데, 남편이 출근 전 살짝 넘기고 나간 듯하다. 당신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구나?
귀엽다. 우리 남편. 그리고 그를 닮았을 허니까지 곁에 있다면, 나 참 행복한 여자구나 싶다.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길 허니를 생각하면 설렘이 가득하다.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우리 허니.
18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사랑하는 허니야. 오늘도 허니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어.
요즘 엄마와 아빠의 온 우주는 온통 허니로 가득해.
하루의 흐름도, 우리의 대화도 늘 허니가 중심이야.
우리는 매일 허니를 기다리며 설레고 있단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추워서 밖에서 산책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대신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도 타고, 짐볼 운동도 하려고 해.
허니를 만나기까지 건강하게 지내려면 엄마가 더 부지런해야겠지?
오늘도 순산을 위해 엄마 화이팅! 그리고 우리 허니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