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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 각자의 삶이 아름답게 빛나도록 채워가자

by 조아름

어느새 출산 전 휴가를 들어온 지도 3주 차.

아기용품을 빨래하고, 출산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이 참 빠르다. 임신 기간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린 것만 같다.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며 괜히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든다. 허니가 곧 세상에 나올 걸 생각하면 마냥 신날 줄 알았는데, 이 시원섭섭한 감정은 뭐지?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던 순간, 그리고 태교 여행을 핑계 삼아 여기저기 다녔던 시간들까지… 하나둘 떠오른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감동인지, 아쉬움인지, 고마움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묘한 감정.



임신 초기, 이것저것 질문이 많고 걱정이 많았던 내게 담당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임신 기간을 그냥 즐기세요."

아기는 생각보다 강하고, 시간은 흐르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많이 즐길 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 잘 보낸 나 자신을 토닥이며 조용히 자축해 본다.



밥을 먹던 중,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허니가 나오면 언니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겠다."

하. 나는 그런 삶은 원치 않는데...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나였고, 어떤 것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 같다.

그렇다고 ‘희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도 지켜야 한다.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있어야 너도 있는 거니까.



함께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지우지 않고 온전히 살아가길.

내 삶도, 아이의 삶도 각자의 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도록 그렇게 살아보자.

이것이 나에게 앞으로 긴 숙제가 될 듯하다.






12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허니야. 엄마도 너도 각자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길 바라. 함께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빛나는 존재로 살아가자. 곧 만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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