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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노용우 Jan 03. 2025

 그 뻔뻔하고 번지르르한 말. 그걸 해보려고 한다.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분홍빛의 벚나무 꽃망울 같은 거. 매달려 있다거나 바람에 날린다거나 심지어 땅에 떨어져 소동돌이 바람에 둥그렇게 움직여도 이쁜 거. 일 년에 며칠 피어있는 걸 기다리는 것. 누구에게 사랑은 그런 것. 다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거운 거. 사랑은 이상이며 앞서 말한 감상은 현실 앞에 궁상이 돼버리는 것. 때로는 사랑이 죄가 되고, 그림자가 되기도 하는 것. 온몸을 떨게 만들고 목구멍을 컥컥 막히게 하는 거. 숨 쉬기도 힘들어 하품하는 마냥 입을 크게 벌리고 몸을 앞으로 접어 있는 힘껏 공기를 폐에 집어넣어도 성에 차지 않아 두세 번은 반복하게 만드는 것. 나의 경우에는 후자인 것. 그리고 슬프게도 전자에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 그래서 이제부터 하는 생각은 나의 바람. 지나치지도 않는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함이라는. 애매모호하고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바람. 그런 사랑을 주길.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를 지워버리는 사랑이 다가오길. 내 인생보다는 네 인생을 살게 만들 그런 사랑. 아니 차라리 아예 오지 않겠다고 미리 말해주길. 극단적인 내가. 동굴에 숨어 무쇠갑옷을 입고 땅으로 꺼져가며 비명같이 찌르는 소원 적당한 사랑을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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