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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시어머니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유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그 많은 식구들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모두 어머니 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말 안 듣는 식구,

뒤에서 흉보는 식구,

트집 잡는 식구들이 단 한 명도 없었을까?


인간세상 조금 살아보니 그런 인간들은 어느 집단을 가던 최소 한 명 이상씩은 있던데.


그런데도 이미 가는 날 받아놓은 시한부 인생,

시댁 식구들이 뭐가 이뻐서 코피까지 흘리며 제사음식을 하셨을까?  


하루종일 식당일 해서 번 돈을

시댁 식구들에게 그냥 주고, 받을 생각도 없으셨을까?

그렇다고 어머니가 시댁에게 빚을 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기 막힌 일들이 생겨도 보듬어주셨는데..




아마 나는 다시 태어나도 시어머니처럼 될 생각도 없지만, 될 수도 없을 것 같다.


평생 식구들을 위하는 일이 자신을 위한 일인 것처럼 여기신 것은 충분히 존경할만하고, 오래도록 가족들의 가슴에 남을 일이지만..


나는 인간이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그게 단지 시댁 식구들을 잘 모시라고 태어난 것만은 아니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다만.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유는 시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만큼은 우리네 삶에 분명히 도움 되는 부분도 있다고 판단된다.


그 부분만큼은 내 인생의 롤모델이시니까.

이는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게 만들고, 심지어 시아버지가 전신마비 환자가 되셨을 때조차 어찌저찌라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기에..^^


바로 시어머니가 남겨주신 2가지 유산 덕분에 말이다.




하나는 베푸는 마음.

즉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봉사는 남을 위하는 행위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자신에게도 기쁨을 주는 행위이다.

(단, 진심으로 했을 때만 ^^)


어미는 굶어도

자식 입에 뭐라도 넣어주면 기쁜 그 마음.


아비는 힘들어도 처자식을 위해

새벽부터 새벽까지 일 할 수 있는 힘을 주게 하는 그 마음.


같은 DNA라고는 하나 엄연히 다른 개체인 자식에게 ' 주는 것을 받는 것보다 더 기뻐하는 ' 그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 말이다.


누군가는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하지만.. 현재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바 그 당연한 것이 당연 치 않게, 혹은 오히려 자식을 망치거나 죽이는 부모도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어쨌든 나를 희생하여 자식을 위하는 그 마음을 확장시키면 결국엔 나 아닌 타 생명을 위해 베풀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 ' 나 '는 '더할 나위없는 기쁨 '을 느낀다. 


자식에게 용돈 받을 때의 기쁨보다는

자식의 입에 맛있는 밥이 넘어가는 모습을 볼 때 더 기쁜 따뜻한 부모의 마음처럼 말이다.


마더 테레사, 김수환 추기경님, 성철 스님 같은 분들 말이다.


일반인보다 옷도 낡고, 집도 허름하고, 가진 재산도 적은데 왜 그분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셨을까?


바로 부모와 같은 마음을 많은 이에게 내는 그 베푸는 마음, 봉사정신충만해서이지 않을까. 


부모는 자식에게만 내어 주어도 그리 기쁜데,

그분들은 많은 이에게 내어 준 만큼 더 많이 기쁘진 않으셨을까.

그래서 평생을 그리 사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




시어머니처럼 살 수 있는 깜냥이 안되는 나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시댁은 물론이고

다리 밑 노숙자분들 먹을 것, 입을 것까지 다 챙기시던 울 시어머니의 그 베풀며 봉사하는 마음만큼은 내 인생 롤모델이시자 남겨주신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처음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을 땐 놀라고 서러워 잠시 우시기도 하셨지만..

결국엔 이 세상에 빚진 거 없어 홀가분하시다며, 이만하면 행복한 삶이었다며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다.


어떤 사람들은 당장 내일 죽는다하면

평생의 삶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거나,

혹시라도 지옥에 갈까 두렵고, 무서울텐데..


우리 어머니는 그런 마음이 1도 없으셨다.

한평생 베풀고 사신 분이라 눈 감을 때 두려울 것도 없으셨나보다.

그래서 분명 천국에 계실 거라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우리 부부가 봉사를 하고 있고, 계속하려는 이유도 이런 시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상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건

내가 이미 사랑을 가졌다는 뜻이고,


상대에게 재화든 물건이든 내어줄 수 있다는 건 나는 이미 그것들을 충분히 가졌단 뜻이다.


내 것을 남에게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다는 것은?

나는. 이미. 그것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 어머니는 늘 부자였고,

자존감이 높으셨고 그래서 어딜 가든 늘 당당하셨다.


나는 그런 시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럽다.

시어머니처럼 살기는 싫지만, 존경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어머니가 진심으로 그 삶을 행복해하신 두 번째 이유이자 남겨주신 유산은..

글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못하는 바로 ' 그것 '이다.


사람들이 듣기 전까지는 뭔데 뭔데? 말해봐 가르쳐줘~라고 하면서 막상 듣고 나면 아~ 나 그거 다 알아. 하는 바로 그것.


사람들이 평-생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그것.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안 되는 그것.


불행한 사람일수록 참 안 되는 바로 그것.

행복하고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잘하는 바로 그것.


혹시 그게 뭔지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이미 제 연재북에서 묻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묻어날 바로 그것입니다. ^^



시어머니는 결국 하늘로 가셨지만..

크나큰 유산을 남겨주셨다.

공장 한구석 작은 단칸방에 4 식구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가족들


사실 저는 시어머니라 부르지 않아요. 늘 어머니라 부르는데 독자 선생님들이 헷갈려하실까 봐 시어머니라고 쓰고 있답니다^^


그리고 베푸는 마음만으론 자유롭게 살 수 없습니다.

살다보면 인연을 끊어야 하는 가족, 시댁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제 연재북들을 통해 또 이어가겠습니다~





며느리의 시부모님 간병일기


결혼식 보다 결혼생활


개 같은 남편


이상한 부부의 봉사일기


종갓집 며느리의 생각 한 자락


동물변호사


저와 남편은 사람의 근본적인 심리를 알고자 둘 다 동물 심리부터 공부하기 시작했고, 같은 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부부가 함께 박사 수료를 했습니다.

그리고 심리 상담 센터를 오픈하고 전국의 수많은 아내분들과 남편분들을 상담해 드리고,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부 및 시댁과의 갈등 관련 상담 및 세미나. 출판. 방송 촬영 등이 필요하시면 아래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Contact: animalsoul@naver.com (종갓집 며느리 노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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