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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꼭 가져야 할까? 임신을 바라는 시부모님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살면, 결과도 좋을까?



" 집단 사이의 갈등을 없애려면,

모두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고귀한 목표가 필요하다. "


현실적 갈등 이론(Realistic conflict theory , RCT) 개발을 도운 무자페 셰리프 미 사회 심리학 박사가 셰리프 실험이라 알려진 실험 후 내린 결론이다.



시부모님은 자식 사랑 끔찍하신 분들이라 나이 들어 결혼한 종손과 내가 하루라도 빨리 임신하기를 바라셨다.


시아버지는 우리가 혼인신고도 하기 전에 벌써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의 보험 가입을 알아보셨고,  

시어머니는 백번 양보해서 1년 안에 임신하길 원하셨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었다면 다행히 갈등이 없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가진다면 몰라도, 결혼한 지 고작 1년 만에 엄마가 되는 건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남편도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애가 있으면 그 아이가 피해 볼 수 있다는 판단하에 더더욱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시부모님 입장에선 핑계이고, 이기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졌을 것이다.


특히 시골 어촌에 사는 옛날분들을 젊은 사람이 설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더군다나 신랑은 종손이니..


시부모님들은 너무나 좋은 분들이시고,

당연히 좋은 의도로 권하는 일이었지만

이 관련 갈등과 문제는 끊이질 않았었다.


시아버지의 전신마비 간병 문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결혼하면 당연히 가지는 게 아니다.


먼저 그 아이를 잘 키울 만큼 부모 된 자들이


1.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하며


2. 아이가 건강하게 먹고 자고 쌀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풍요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임상 심리학 박사 토니 험프리스는

아래에 해당되는 이유로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는 매우 불행하게 자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1) 가족이나 사회가 아이를 가질 걸 기대하기 때문에


2)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3) 나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4) 애가 날 닮았는지 보려고


5) 위태로운 결혼생활에 안정을 찾기 위해

(부부관계의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6) 잘나고 예쁜 애로 키우는 게 내 꿈이기 때문에


7)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8) 상대가 날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9) 나이 들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10) 첫째 아이가 외롭지 않게 놀아줄 동생을 만들어주려고


11) 어린 시절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내 아이한테는 다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


12)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애를 키워보려고


13) 부모 중 한쪽이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


14) 부모 중 한쪽이 신경질을 잘 부리거나 아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15) 부모 중 한쪽이 폭력성, 정서적, 신체적 의기소침, 소통불능 등 개인적 문제가 있는 경우


16)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우울증, 만성 불안, 환각이나 망상 같은 심리적 • 사회적 문제를 겪거나 사람 간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험프리스 박사가 전한 안타까운 사실은 저런 뒤틀린 인성을 가진 부모일수록 이런 조언을 귀담아들을 만큼 마음이 열리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위의 16가지 이유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를 이용 또는 희생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도 결혼해서 애를 안 가지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시부모님이 그렇다.

그래서 묻고 싶지만, 끝내 묻지 않은 이 질문은 여기서나마 풀어본다.



" 결혼해서 애 낳는 게 인간의 의무라면

기독교 10 계명과 불교 십중계에


애 낳거나, 많이 낳는 사람일수록

천국 가고 해탈한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수녀나 스님들도 자식을 줄줄이 낳는 걸 신도와 불자들에게 솔선수범해서 보여주셨을 테고요."라고 말이다.


물론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은 같은 범주에 놓고 볼 수 없을 수도 있으나.. 본질적으로 같은 ' 인간 '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한 번쯤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농경 사회에서야 줄줄이 낳은 자식들이 서로 간에 먹고사는데 보탬이 되었다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지구는 한정된 자원으로 7-80억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느라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그 오염된 물질들이 다시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체내 축적 등)


그런데도 그 많은 인구들이 지금껏 해왔듯 줄줄이 애를 낳는다면..?


인간은 물론 동물식물 자원까지 모두 멸종되고 마르고 오염되어 어쩌면 다 같이 죽자는 말과도 같은 건 아닐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 만하다.


또 애를 낳는다고 해도 물 맑고 공기 맑은 과거와는 다르다.


앞으로는 물은커녕 공기도 사서 마셔야 할지도 모르는 데다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각종 바이러스 변이들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지켜내는 것이 부모의 임무로 추가되었다.


더군다나 위의 16가지 습성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정신. 신체 건강과 사회생활에도 크고 작은 피해를 줄 수 있다.




시부모님은 다들 참 좋은 분이시다.


시어머니의 암 투병 중에는 오직 시부모님을 위해서 손주를 낳아드릴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했을 만큼 좋았다.


하지만 애는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크는 게 아니다.


위의 16가지 문제가 없도록 잘 키우는 게 부모의 올바른 역할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란 판단이 서지 않았기에 꽤 오랜 기간 갈등했고.. 


시댁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지만 함께 사는 게 힘들기도 했던 건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함께 산다고 완전히 행복해질 순 없다.


내가 판단했을 때 자식을 갖는 건 내 인생의 고귀한 목표는 아니었고, 공통의 목표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렇게 서로의 신념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면 갈등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그 누구도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문제가 또 있었다. 그건 다음 편에..





서울 출장 다녀오는 게 힘들지만 휴게소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네요.

시부모님 간병하던 시절에는 정말 꿈도 못 꿀 일상들이라.. 아무리 일이 많아도 마냥 힘들지만은 않나 봅니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철이 조금 드나 봅니다. 허허

옛날 공장 컨셉의 휴게소

며느리의 시부모님 간병일기


결혼식 보다 결혼생활


개 같은 남편


봉사일기


종갓집 며느리의 생각 한 자락


저와 남편은 사람의 근본적인 심리를 알고자 둘 다 동물 심리부터 공부하기 시작했고, 같은 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부부가 함께 박사 수료를 했습니다.


그리고 심리 상담 센터를 오픈하고 전국의 수많은 아내분들과 남편분들을 상담해 드리고,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부 및 시댁과의 갈등 관련 상담 및 세미나. 출판. 방송 촬영 등이 필요하시면 아래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Contact: animalsoul@naver.com (종갓집 며느리 노예원)

아래는 다음 이야기들을 담은 링크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만 참고하시면 됩니다~^^


2. 봉사활동

2-1. 1365 소개 (정부산하기관) - 개별 봉사

2-2. 세사모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 함께 봉사

2-3. 세사모 봉사 분야, 참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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