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뮌헨 시간으로 토요일 저녁, y의 퇴사 소식을 블로그로 접했다. 나의 입사 동기인 그녀는 밝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로, 주변을 밝은 기운으로 채우는 사람이자 잘 웃고, 주변 사람을 웃게 해주는 캐릭터다. 또,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자주자주 상세히 써서 올리는 일기/리뷰 블로거이기에 그녀의 근황은 블로그를 통해 매우 잘 알 수 있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최근 그녀가 마음에 쓰여 종종 블로그를 들어가보고 있던 차였다.
그런 그녀가 모든 직장인들이 즐겁게 맞이하는 금요일 오후에 퇴사를 통보해버렸단다. 충분히 수긍은 가나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 소식을 듣고나니 깜짝 놀라기도하고, 마음 한켠에 안쓰러움이 물씬 흘러나왔다.
'나도 지금 뮌헨에 있지 않았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 라는 생각과'그래도 좀 급한 감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어쩌면 "퇴사하기 전 이것만큼은 생각하라, 1. - 2. - 3. -" 같은 브런치에서 인기였던 퇴사 조언글은 다 소용이 없는 짓이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퇴사 '준비'를 한다는 것은, 아직 퇴사로 인해 멘탈과 체력이 붕괴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대안을 탐색할 에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을 정도로 제정신인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일 게다.
멘붕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화요일 식사 때만 해도 내년 3월에 꼭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는 그녀. 3일만에 그녀의 마음에 진지한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 '더 이상 못견디겠다.' 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한 것일까. 한가지 내가 확실하게 알게된 것은 그녀가 생명력을 잃은 상태이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고 생명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라는 생각은 어쩌면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 라는 욕구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이 가져다주는 경험은 여러가지였을 것이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첫 연봉계약서와 첫 월급, 회사가 주는 각종 혜택들과 복지제도들, 그런 것에서 느꼈던 새로움과 설렘은 언제그랬냐는듯 당연한 것이 되고, 회사가 안겨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 부당한 처우와 억울한 마음, 쇠퇴하는 두뇌와 육체, 같은 부산물들도 양껏 쌓이게 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 계산기 앞에, 잃은 것이 더 크다라는 판단이 서면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결단의 시간이 온 것이다.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게 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겠지만, 회사가 선사해주는 가치가 이 곳을 떠나야만 하는 필요보다 하잘것 없는 것으로 평가될 때 퇴사라는 선택지를 뽑아들게 된다.
늘 심장쫄깃해지는 복불복게임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료가 퇴사하는 것을 지켜보는 상황은 마치 다같이 시한폭탄을 돌리다가 일정 시점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 있는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마주하는 것과도 같다.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지만, 누구의 손에서 먼저 터질지 모르는 복불복게임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폭탄을 쥐고 있던 사람은 게임에서 OUT되지만,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한동안 거뭇거뭇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아니 쟤가? 그럼 나도?'하며 우울증 비슷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고 회사를 견디며 다시 나아가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퇴사를 '잘' 하는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외부에 최대한 어필하면서, 대안(이직)을 만들어놓은 채로 깔끔하고 당당하게 떠나는 것?
남아있는 사람들이 기분 상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면서, 다른 길을 향한 의지가 타오름을 호소하는 것?
건강이든, 다른 길이든 둘러대며 연막작전을 치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조용히, 있는듯 없는듯 모든 것을 덮어둔채로 홀연히 떠나는 것?
수많은 퇴사 관련 글과 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답은 미지수이다. 퇴사하는 아무도 정답을 알지 못한 채로, 그 시점에서만큼은 오롯이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선택만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욕구에 대한 책임은 그 이후부터 하루 하루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궁금하다. 그리고 또 걱정이 된다.
그녀가 앞으로 퇴사생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괜찮을까라는 마음도 든다.
회사로 인해 병들었던 몸과 마음은 아마 금세 회복이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녀는 블로그에 전념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삶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생명력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고 응원해줄 수 있는 모습으로 지내기를..미래의 퇴사생으로서의 나는 그녀가 꼭 성공한 퇴사생이 되기를 기도하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