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결혼 30년 차 부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이혼을 거부하는 남편.

어디선가 본 얼굴. 맞다! 교육계에서 유명한 아버지. 중졸에 난독증, 막노동 직업의 아버지가 스스로 공부하여 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놀라운 스토리의 주인공.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부모를 상담할 때마다 내가 종종 인용하던 이야기. 남편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부인이 이혼을 요구? 이 부부는 올해의 부부상까지 받았다는데.


아들 셋을 서울대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노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중졸의 학력과 난독증까지 있던 남편을 가르치고 뒷바라지한 것은 아내의 힘이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왔고 아들들을 가르치도록 남편을 공부시켰다. 생계를 위한 돈벌이도 아내의 몫이었다. 문제는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인 남편이 작가가 되려는 꿈을 위해 계속 부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친 부인은 매우 단호하게 남편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거부했다. 남편은 1년의 안식년을 원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야 하니 80세까지 자신을 돕고 그 이후에 아내의 삶을 살자고 제안했다. 설득이 아니라 분노 지수만 올리는 남편. 이제 60대에 들어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며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쳤다고. 30년간 당신을 위해 희생했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 1년의 안식년도 줄 수 없다면 이혼하겠다, 라고.


충격을 받은 듯 고개를 떨구는 남편. 올해의 부부상을 수상한 기념사진을 들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지켜보는 프로그램 MC들은 손에 땀을 쥔다. 제발! 마침내 모두의 긴장을 해소하는 남편의 말.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무식하고 철이 없네요. 참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당신을 도왔으니 이번엔 당신이 나를 도와달라는 아내에게

" 그러겠소. 당신을 돕겠소. 우리에게 이혼은 없소. 당신은 나에게 스승이자 구세주예요. "

아내가 약속을 지키면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니 '아,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볼게요'라고 웃는 남편.


파국으로 치달을 것처럼 보이던 TV 속 부부는 극적으로 관계를 회복했다.

어긋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던 한 마디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참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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