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의 느낌

평범한 남자 EP 45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谢谢你今天跟我在一起"(오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춘옌은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고 있다. 마음은 그녀를 품에 안고 이 밤을 같이 하고 싶지만 그녀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야생성 동물이다. 이제 생업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형광등 불빛을 가린 그녀의 매혹적인 실루엣이 티셔츠 속으로 사라진다.


“你不要去上班,不可以吗?’(일하러 안 가면 안돼?)

“如果我不让你工作你会接受吗?” (만약 내가 너에게 일하러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갈꺼니?)

“…”

“可你这事儿有点儿不正常吗?” (그렇지만 네 일은 좀 비정상적이잖아?)

“那你说什么是正常啊?” (그럼 뭐가 정상인건데?)

“跟普通人一样工作就好吗?” (그냥 보통사람처럼 일하면 되잖아?)

“普通就没有标准每个人的普通也都不一样,这只是你的标准而已,几乎没有人喜欢而工作,我也是其中之一你也离不开这范围的吧” (보통이란건 사람마다 모두 달라, 그건 그냥 너의 기준일 뿐이야, 그리고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나 또한 그렇고 너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껄)

“…”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세상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삶은 사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과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이지 지금 주어진 일이 나의 소명이나 꿈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你身体好了吗?(이제 몸은 좀 괜찮아?)

“是,多亏你我好多了,多谢你哟” "(응,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고마워)


그녀는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 앉아 아침에 입고 왔던 검정색 진 속으로 다리를 집어넣고 있다.


“可你今天穿得跟平时不一样"(근데 오늘은 왜 그렇게 입고 왔어?)

“怎么了不好看吗?”(왜 맘에 안 들어?)

"没有…不是那个意思. 跟你以前穿得完全不一样的感觉”(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전에 네가 입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从今以后我跟你见面的时候我会穿得像你一样”(앞으론 너 만날 때 이렇게 입을 건데 너처럼)

“为什么?” (왜?)

“因为我就是你女朋友嘛”(왜냐면 난 네 여자친구니까)


내가 중국으로 파견으로 온 이후 나의 평소 복장은 바뀌었다. 새하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목을 조여매는 넥타이 그리고 딱딱한 구두에서 폴로셔츠에 캐주얼한 면바지에 스니커즈 슈즈를 신고 출근한다. 가벼워진 복장처럼 회사에 출근하는 마음도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그 동안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그 속에 나를 숨기고 스스로를 외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춘옌도 과거 나처럼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서 일까? 화장기없는 얼굴과 캐주얼한 복장을 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캠퍼스의 대학생 같은 느낌이다. 검은색 티셔츠와 검정진이 아닌 흰 티셔츠와 청바지 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두운 색은 마치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자신이 어두운 곳에 있음을 은연 중 에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평소 진한 화장을 한 얼굴에 굽이 높은 구두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와 명품 백으로 치장한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다.


“那你换个颜色吧”(색깔을 좀 바꿔보지)

“什么意思?” (무슨 말이야)

“我的意思是你穿的亮一些 不要穿成死神一样 哈哈哈” (내말은 좀 밝게 입어보라구, 매번 저승사자처럼 입지 말구 말이야 하하하)

“死神? 你找死吗?”(저승사자? 너 죽고 싶니?)


춘옌은 양주 조선소의 총경리의 알나이(二奶: 내연녀)다. 양주조선소의 어느 정도 직급 있는 고급 간부들이라면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이다. 그녀는 양주 총경리가 제공한 호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총경리의 가족들은 상해에 살고 있다. 그는 금요일 저녁 혹은 토요일 아침이면 상해로 가서 가족과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다고 한다. 아무래도 거주환경과 자녀들의 교육 등을 고려했을 때 양주는 그렇게 매력 있는 도시는 아니다. 양주는 요양 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도시의 산업시설도 주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낙후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양주 조선소가 이 곳에서는 꽤나 큰 향토기업이다. 도시를 경제를 먹여 살리는 비중 있는 기업인 것이다.


"你的公司是东方亚太是吧?"(너희 회사 DB중공업 맞지?)

"是"(어)

"好像因为你们公司头很疼"(너희 회사 때문에 골치 아픈 거 같던데…)

"你说的是什么意思?"(무슨 소리야?)


그녀는 전날 밤에 양주 조선소 총경리와 같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보통 금요일 밤이 되면 회사 중역들과 저녁을 하고 술에 취해 그녀가 있는 KTV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우리 회사 얘기가 나온 듯하다.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다. 그녀의 몸에 난 상처들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我偶尔来你家玩儿,可以吧?"(나 가끔 너희 집에 놀러와도 돼?)

"嗯..可以"(응 그래)


나의 대답에 그녀는 바로 손을 내밀어 내 집의 스패어 열쇠를 달라고 한다. 이제 그냥 눌러앉을 모양이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어 그녀에게 열쇠를 건네준다. 그녀는 타이트한 청바지 앞주머니에 열쇠를 쑤셔 넣는다.


"那我也去你家玩儿吧"(그럼 나도 너희 집에 놀러 좀 가보자)

"不行~危险"(안돼~ 넌 위험해)

"可恶, 什么危险啊? 你小气!这太不公平的吧"(뭐가 위험해? 헐~ 치사하게 이거 너무 불공평하잖아)

“你乖乖得听姐姐的话好吗”(얌전히 누나말 들어 알겠지?)

“你怎么会是我姐姐呀?我不是跟你同年生吗?”(네가 어떻게 내 누나야, 너랑 나랑은 동갑인데)

“我是白羊座,你是处女座嘛, 我出生比你早”(나는 양자리, 넌 처녀자리 내가 더 빨라)

“哎哟 我无话可说了! 对了,你不告诉我你身上的伤痕是什么? "(아이구, 내가 더 이상 할말이 없네, 참! 근데 너 그 몸에 난 상처 왜 그런지 얘기 안 해 줄 거야?)

"改天吧"(나중에)

"..."


그녀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현관문 밖으로 사라진다. 난 그녀가 나가기 전에 땅콩버터가 듬뿍 바른 토스트와 멸균팩 포장의 우유를 건넸다.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하는 전업주부의 기분이 이러할까? 목 늘어난 티셔츠에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현관문 앞에 서서 그녀를 따라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엔 내가 외친다. "짜이찌엔!"(또봐!)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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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분위기가 예전같이 않다. 잇따른 불미스러운 일과 직원들의 퇴사로 다들 꿀 먹은 벙어리로 책상 앞 모니터만 바라보며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


책상에 앉아 인사(人事) 명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 달여 사이에 두 명의 직원을 정리했다. 이제 남은 직원은 총 9명, 그 중 총경리와 나 그리고 부총경리와 재무총괄 류과장처럼 소속이 있는 본사 파견 직원을 제외하면 5명, 인사담당 장주임, 재무부 사수 샤오웬, 총무담당 차오찡, 리셉션 담당 쑨메이 그리고 운전기사 왕스푸다. 운전기사는 계약직 직원이라 크게 신경 필요가 없다. 나머지 네 명의 여자들이 관건이다.


"部长~ 这是月末费用批件"(부장~ 월말 비용 결재서류입니다.)

“哦 谢谢,我过一会儿看看, 你忙吧"(어 그래 고마워, 좀있다 볼께요. 일보세요. )


재무부 사수인 샤오웬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결재서류를 건넨다. 결재 서류에 직원 급여가 한눈에 보인다.


{총경리 10000위엔, 부총경리 7000위엔, 나 5000위엔, 류과장 3500위엔, 장주임 2500위엔, 차오 찡(사원) 2000위엔, 샤오웬(사원) 2000위엔, 쑨메이(고졸사원) 1500위엔, 왕 기사 1500위엔이다.}


직원 급여로만 한 달에 35000위엔(약 600만 원)이 지출된다. 물론 여기에 총경리와 나는 별도로 한국 본사에서 별도 급여를 받고 있다. 태평양그룹에서 온 부총경리와 류과장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합자회사에 취업한 직원들로 순수 임금이다. 급여가 정말 착한 가격이다.


양주는 중국의 3급 도시로 급여수준이 1급 도시인 북경(北京)이나 상해(上海)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2급 도시인 소주(苏州), 우석(无锡), 장춘(长春) 등과 비교해도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건비가 싸고 토지 임대료 등이 싸기 때문에 여기로 온 이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변 인프라(사회간접자본)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외자 유치활동이 활발하다. 대도시는 이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공장을 유치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과 제약이 많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아직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고 중앙정부의 실적 압박에 어떻게든 외자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그래서 지방정부 관료들의 한국의 외자기업을 유치하려 발벗고 한국을 직접 방문해 기업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불모지였던 양주도 기업유치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양주DB 중공업 또한 각종 법인세 면제등 각종 세제 혜택과 회사 앞 도로 및 인프라 건설등의 조건등 시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립된 합자회사였다.


보통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지방의 외자기업 유치 열풍으로 고향에 남아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꿈도 없고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자들 혹은 외지 살이에 대한 외로움과 두려움이 싫은 자들 그리고 대도시에 삶에 크게 좌절했거나 지친 이들도 고향으로 돌아온다.


사실 대도시에 나가서 받는 더 높은 임금은 그 만큼의 소비를 부추기게 되어있다. 적은 급여라도 고향의 부모 슬하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하면 별반 차이도 없다. 중국 정부의 내륙의 지방도시 활성화 정책에 동참하는 대도시 부적응자들의 귀향이 시작되고 있다.


"上海...好是好呀,可连呼吸也难得"(상해 좋기야 좋죠~ 그런데 거긴 숨만 쉬는 것도 벅차요)


점심시간, 소등된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이 식사 후 자리에 앉아 잠을 자거나 나름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탕비실에서 만난 장주임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我虽然工资比以前少可现在很满意留在家乡工作”(전 비록 이전보다 급여는 줄었지만 지금 이곳 고향에 남아 일하는데 만족해요)


우리 회사에 장주임과 차오찡도 그런 케이스다. 그 둘은 양주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상해로 부푼 꿈과 희망을 안고 떠났다고 한다. 둘은 어느 한 물류회사에서 만났다고 한다. 서로 고향이 같다는 걸 알게 되고 다른 직원들과 달리 급속도로 친해졌고 둘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해의 주거비용과 생활비를 절약해보고자 좁디 좁은 단칸방 동거를 시작했다. 의지할 곳 없는 대도시의 삭막함 속에 둘은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한해 두 해를 넘기면서 상해의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를 쫓아가는 것조차 힘겹다는 걸 깨달아 갈 즈음, 회사에서 장주임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둘은 상해 생활을 정리하고 양주로 돌아왔다고 한다.


“难怪你们俩总是在一起的呀” (어쩐지 둘이 항상 붙어 다니더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둘은 항상 붙어있었다. 장주임이 있는 곳엔 항상 차오찡이 따라다닌다. 지금 차오찡이 탕비실로 다가오고 있다.


“说曹操曹操就到”(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양반은 못 되겠구만)

“哈哈哈。部长,你连着俗语都知道? 厉害厉害”(하하하 부장님 이런 속담도 알아요? 대단해요)


나의 말에 장주임은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장주임과 차오찡의 둘 사이는 가족 그 이상의 무언가 끈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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