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확장판] 황농문 - 두 번째 -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감정의 뇌가 우세한 것이고, 외부 자극에 숙고한 후 반응하면 전두엽이 우세한 것이다. 편도체와 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각각 감정과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 황농문 [몰입] 중에서 –
인간은 감성과 이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다. 이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잘 이룰 때에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건 편도체와 전두엽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거나 원활하지 않다면 당신은 짐승 혹은 기계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또 다른 것이 존재하고 이것은 인간의 새로운 창작과 발견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건 바로 장기 기억 저장소인 해마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이 몰입의 최고 경지로 가는 것이다.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책 속에서 나의 추상적인 직관을 책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간 통찰을 얻어냈다. 나는 이런 순간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을 몰입의 과정 속에서 글로 옮겨지면서 좀 더 확장되고 발전되는 결과물로 보일 때 가장 큰 환희를 느낀다. 저자의 몰입에 관한 과학적 해석이 나에게 여태껏 계속 지속해 왔던 행위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편도체의 우세한 활동과 전두엽이 우세한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 황농문 [몰입] 중에서 -
지금 당신이 숏츠와 릴스를 멍하게 계속 넘기고 있다면 이건 편도체가 일방적으로 뇌를 지배하고 있는 상태이다. 자극(감정) 사로잡혀 중독된 상태이다. 이때 전두엽은 비활성화 상태이며 이런 류의 자극, 즉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자극은 해마 속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힘들다. 해마는 편도체에서 감정을 자극한 기억들을 주로 저장한다. 이 감정적인 자극은 상호 간(대인관계)의 감정 교류를 통한 혹은 독서나 문화활동 그리고 여행 등의 몸소 체험하는 경험 속에서 얻은 감정적 자극, 즉 감동이나 공감 그리고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성에 의한 것들이다.
첫사랑, 첫 경험, 첫 키스같은 설레고 흥분되는 기억 혹은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같은 슬픈 기억 그리고 훈련소에서의 고통스럽고 힘든 기억같이 의미 있고 상호 간에 교류, 즉 작용 반작용이 있는 기억들이 이 편도체를 통해 해마 속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다. 이 기억들은 당신이 몰입의 과정 속에서 활성화되고 전두엽의 작업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이 현재의 기억과 정보와 융합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상상해 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뇌의 이 세 부위가 활성화될 때 가장 깊은 몰입으로 빠져든다.
나는 소설을 쓸 때(감성적 창작활동) 특히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이 때는 편도체의 역할이 좀 더 커진다. 현재에서 감성을 느끼고 해마의 기억 속 감성을 이성의 전두엽의 작업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합하고 엮어내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칼럼이나 독후감을 쓸 때는 전두엽이 더 많은 역할을 한다. 감정의 흐름보다 이성적 논리성과 연관성에 좀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하지만 이것도 해마 속에 있는 장기 기억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정보들이 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을 현재 얻은 책 속의 정보와 연결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삼위일체 (전두엽+편도체+해마) = 몰입
저자는 해마에 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난 이와 관련된 확장된 여러 질문들을 ChatGPT에게 집요하게 물어보고 난 후 해마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마가 없다면 단편적인 감성적 창작과 이성적 판단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복합적인 융합적 창작과 판단은 어렵다. 깊은 사고와 상상은 해마 속에 저장된 장기 기억과 무의식의 기억을 전두엽으로 끌어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몰입이 바로 이 장기 기억과 무의식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즉흥적인 혹은 단편적인 인지와 판단을 통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편도체와 전두엽의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것이다. 이때는 해마 속의 장기 기억과 무의식이 관여하지 않는다. 이때는 대뇌 피질의 자주 끌어다 쓰는 기억만으로 충분하다. 대뇌피질이 메모리(RAM)이라면 해마는 (하드디스크: SSD or HDD)이다. 하드디스크에 더 많은 기억과 정보가 있다. 지금은 무한한 정보가 담긴 클라우드 서버로 비유할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는 이 많은 정보들 중에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어울리는 정보와 기억을 찾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몰입의 과정 속에서 가능해진다. 이건 인간만이 가진 초능력이다.
몰입은 양자컴퓨팅이다 –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
우리가 산책 간에 사색하고 앉아서 명상을 하는 순간 신체의 감각을 잊고 골몰히 사유하는 것이 해마의 뇌기능을 편도체와 전두엽으로 연결시키는 몰입의 과정인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은 모두 이 단순한 일상의 훈련 과정 속에서 이뤄낸 것이다. 몸으로 경험해서 얻는 지식과 정보는 한정적이다. 우리는 이미 방대하고 광활한 정보를 해마 속에 가지고 있다. 물론 각 개인의 습득된 정보와 기억의 종류는 다르지만 이건 분명 엄청난 양이다. 이것들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고 연결하고 융합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자가 (고전) 물리적 발견이라면 후자는 양자적 발견이다. 이제 인간의 과학 기술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뇌과학(뉴럴링크)과 양자컴퓨팅이 바로 이 영역에 해당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역이다. 누가 이 영역에 선두자가 되는가가 바로 미래의 승자를 판가름 지을 것이다.
“뇌와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는 도파민 디톡스, 독서, 글쓰기, 공부, 운동, 그리고 찬물 샤워와 같은 고통을 선택하는 방식이 있다”
- 황농문 [몰입] 중에서 –
나는 오랜 시간 찬물 샤워를 해왔다. 호주에 있을 때는 겨울에도 아침에 찬물에서 야외 수영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견디기 힘든 고통의 순간을 왜 굳이 하느냐 물으면 그 이후에 돌아오는 결과가 좋기 때문이다. 찬물이 몸에 닿는 순간의 분명 고통이지만 그 고통이 끝나고 난 후 찾아드는 평온함과 개운함이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몸의 면역체계도 강화시켜 잘 아프지 않더라. 한국에 온 이후엔 야외 수영장을 가지 못해 찬물 수영은 하지 못하지만 물론 한국의 겨울 야외 수영은 좀 현실적이 제약이 크다. 하지만 샤워를 할 때면 마지막엔 항상 찬물로 몸을 헹군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쉽지 않은 행동이지만 하고 나면 좋다는 걸 알기에 비명을 지르면서 한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항상 독서와 글쓰기로 채워져 있다. 적잖은 시간 동안 이런 일상을 살아오면서 몰입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다른 무엇보다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것을 지속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쫓고 얻고자 하는 것을 가지지 않아도 그들보다 더 높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환희는 이런 남다른 고통을 인내한 뒤에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나중에는 그 고통까지도 즐기게 된다.
“단순 암기보다는 토론, 관찰보다는 창작, 수동적인 학습보다는 적극적인 이해와 실천, 주입식 교육보다는 토론 수업 같은 활동이 전두엽을 더욱 활성화한다.”
- 황농문 [몰입] 중에서 -
그리고 한국에 온 이후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건 바로 토론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이다. 배움은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지혜는 나눔으로써 더 커지고 성장하는 법이다. 토론의 과정은 서로의 눈을 보며 감정을 실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서로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의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대인기피증,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하지 못한다. 이 말은 이 능력이 가치가 올라가고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세상이 아무리 온라인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해도 결국 사람들이 딥페이크와 AI가 만들어내는 것들 것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 세상이 도래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체온과 공기를 통과해서 느껴지는 시선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유튜브 영상 시장도 실제 직접 촬영한 실제가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몇 달간 사람들과 독서토론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를 타인과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탄생하고 있음을… 타인에게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과정이 바로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인 것이다.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잘 배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책만 본 교수들이 강의실의 학생들의 수면제가 되는 이유이다. 그런 자는 수많은 학생들의 시간을 허비하고 돈을 버는 야비한 지식인일 뿐이다. 자기만 알고 살아가는 자이다.
지식은 공유되고 논의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 과정은 지식의 몰입과정과 같다. 지식이 진화하는 과정이고 지식이 정반합의 변증법적 사고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이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실현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초월, 영적 상태가 자아실현보다 더 높은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는 다른 사람들의 자아실현을 돕는 단계이다.”
- 황농문 [몰입] 중에서 -
매슬로의 욕구 단계는 과거 5단계(생리, 안전, 애정과 공감, 존경, 자아실현)에서 8단계(생리, 안전, 소속과 사랑, 자존감, 인식, 미적, 자아실현, 초월영적 상태)로 발전했다. 가장 높은 단계는 이제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아를 초월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나에서 타인으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나의 자아실현이 이뤄지면 타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단계이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다 함께 행복하자는 개념이다. 이걸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해서 말하면 모두가 몰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실천의 단계에 인간과 인간의 이성적 감정적 교류가 포함되어 있다. 이해(목적) 관계처럼 내가 너의 것을 빼앗아서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나누어서 더 커져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서로가 동등해질 수 있는 조건과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독서 토론은 아주 좋은 상호 성장의 도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독서 토론을 위해 더 많이 읽고 쓰고 그것을 준비하며 거기서 많은 사람들에게 배운다. 그리고 더 깊은 몰입의 재료(해마에 저장될 장기기억)들을 축적하고 있다.
당신도 몰입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