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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공간 Sep 06. 2019

제주 공간일지 : 20190423 - 20190630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Ep.12








2019년 4월 23일

공간을 찾기 위해 자전거로 제주도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결심하다. 삼양과 함덕 지역을 살펴보았다. 제주시 근교에 있으면서도 아직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라 어르신들이 많지만, 제주시에서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2019년 04월 24일

함덕에서 출발해 세화와 성산을 둘러보았다. 거주자가 적은 지역인데 비수기이다보니 관광객도 보이지 않아 한산하다.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가 반겨주는 곳이다.


2019년 04월 25일

성산을 조금 더 둘러보고 표선지역을 찾았다. 표선은 내식당창업하기 프로젝트 기간에 추천받았던 곳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볼 것도 많았다. 다만 목적지와 목적지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꽤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제주시에 일정이 생겨 자전거 여행(!)을 끝내게 되었다. 표선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버스를 이용해 제주시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인 공간 탐험이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2019년 04월 27일

지금까지 둘러봤던 곳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에서 가게를 열기로 했다. 서귀포시 보목동을 선택했다. 무작정 돌아다니며 구옥을 찾았다. 제주도는 특성상 인터넷이나 부동산 보다 지인을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무턱대고 빈 공간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옥을 찾는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인을 찾아도 임대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모르니까 무모한 도전을 했던 거다. 부동산 정보를 중심으로 공간을 찾을 수 밖에 없겠다 싶다.


2019년 04월 28일

서귀포시 서홍동에 구옥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 갔다. 오랫동안 비어있는 폐가였다.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새로 한 채 짓는 수준의 비용이 나왔다.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구옥이 있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가보니 이미 철거된 곳도 있었다. 앞으로 찾아볼 목록에서 폐가 구옥은 제외하기로 했다. 점점 구할 수 있는 건물의 범위가 좁혀지고 있다.


2019년 04월 29일

서귀포시 법환동 골목 카페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보증금1000만원에 년세가 1000만원이나 했다. 거기에 권리금도 1500만원이 더해졌다. 이미 내가 가진 돈을 다 끌어모아야 겨우겨우 계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공사비가 더해지면 감당할 수 없었다. 포기하기로 했다.


2019년 04월 30일

올레시장 근처에 임대 조건에 맞는 카페가 나와서 찾았다. 유동인구가 적지만 가진 예산이 많지 않아 선택권이 없었다. 한참 설명을 하던 부동산 사장님은 권리금이 3500만원이라고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2019년 05월 01일

어느새 5월이 되었다. 서귀포시 칼 호텔 옆 상가주택을 보고 나오면서 이제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겠다고 판단했다. 매일 서귀포를 왕복하는 일은 차라리 쉬운 일이었다. 예산에 맞는 서귀포에 나온 매물을 다 둘러볼 때까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없었다. 자본이 문제였다.


2019년 05월 02일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애월읍 봉성리의 어느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조건으로 무상임대한다고 했다. 이미 오래된 구옥을 리모델링 하는 것이 내 예산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는 상태였지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역시나 포기.


2019년 05월 03일

월정리에 위치한 7평 가게를 찾았다. 7평은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 주방을 꾸미기에 작아도 너무 작은 곳이었다. 아직은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조금만 더 찾아보자.


2019년 05월 04일

한경면에 위치한 신축 건물을 찾았다. 보증금 2000만원에 연세가 2000만원이었고, 신축건물이라 권리금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도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2019년 05월 05일

차라리 초기 투자금을 높여서 잘 갖춰진 곳에 들어가면 어때? 그만큼 더 많이 벌면 되잖아. 공간 찾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변에서 다양한 조언을 해줬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정읍에 위치한 고급레스토랑을 찾았다. 멋진 바다 앞 뷰와 화덕장비 갖춰진 레스토랑이었고, 더 필요한 게 없었다. 다만 임대료가 상상을 초월했다.


2019년 05월 06일

제주도 내에 매물로 나온 부동산은 다 찾아본 것 같다. 찾아갈 수 있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협재 해수욕장 주변에 소주가게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갔다. 주방이 너무 작아서 새로 공사해야 했다. 발걸음을 돌렸다.


2019년 05월 07일

부동산 정보에 나온 임대 매물은 다 찾아갔다. 사람들이 주는 정보도 점점 줄었다. 어쨌든 밖으로 나왔다. 어쩌면 파랑새는 가까운 데 있을지도 몰라. 골목을 걸으며 임대라고 붙어있는 곳은 모두 연락했다. 역시 제주시는 도시였다. 금액의 단위가 달랐다. 급매로 나온 건물은 계약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건물주와의 직접 거래가 아닌 임대인끼리의 거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방법은 아닌 것 같다.


2019년 05월 08일

골목을 걸을 때마다 눈에 밟히던 작은 카페가 있었다. 한번쯤 이용하고 싶었는데 항상 문이 닫혀있었다. 혹시 운영하지 않는 까페인걸까? 사장님을 만날 때 까지  앞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해가  때까지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2019년 05월 11일

비도 오고 매물도 없어서 며칠 쉬었다. 점점 마음이 답답해진다. 제주도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10평도 안 되는 가게가 권리금 5천만원부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모르겠다.


2019년 05월 12일~19일

제주시에 임대 매물로 나온 건물 중에서 보증금과 연세 모두 합쳐서 1천만원 이하인 모든 곳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사무실이었고, 식당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019년 5월 20일~5월 30일

제주도 전역을 찾아봐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연락을 받고 차를 돌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5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2019년 6월 한 달 간의 이야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만큼 많은 곳을 매일 매일 다녔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이면 임대료 조건이 맞지 않았고, 임대료 조건이 맞으면 공사비가 크게 들거나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임대료와 건물 환경이 좋으면 권리금이 터무니없게 높았고. 이런 곳을 임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임대를 하더라도 어떻게 수익을 낼까?


사무실 공간이나 카페 공간은 종종 있었지만, 식당을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나 비비큐와 햄버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환기까지 고려하니 선택의 폭의 더 좁아졌다. 문득 문득 카페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공간을 찾았냐고 물었다. 자꾸 조급해졌다.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다. 10평 정도 되는 독립된 공간이었는데 내가 가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임대료였다. 2층이긴 했지만, 그게 어딘가! 연락을 받고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계약됐다고. 계약 직전에 서류를 확인해보니 식당허가가 나지 않는 지역이었던 적도 있고, 주차장에 폴딩도어만 달아놓고 임대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닌 걸까?








제주도에 내 식당 창업하기


프롤로그

그동안 내 인생에 이렇게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1부 목차

ep. 1화 서울! 서울! 서울?

ep. 2화 캐나다는 인생을 도전이라고 했다

 ep. 3화 길이 하나라면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p. 4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시작하면 되니까

ep. 5화 길을 떠나면 길이 된다

2부 목차

ep.1화 시작하려면 시작하라

ep. 2화 성공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ep. 3화 시도를 공부하는 즐거움

ep. 4화 일단 해보자

ep. 5화 꿈을 이루는 꿈을 꾸는 꿈을 그리다

3부 목차

ep. 1화 이상을 찾아 일상을 떠나다

ep. 2화 공간일지: 20190423-20190630<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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